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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by 별빛너머앤

요가 아사나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움직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앉아서 하는 자세, 서서 하는 자세, 엎드려서 하는 자세, 누워서 하는 자세, 머리와 발의 위치가 바뀌는 역자세, 앞으로 숙이는 자세, 뒤로 젖히는 자세, 옆으로 숙이는 자세, 비틀기 자세 등등. 그중에는 숙이기처럼 유연성이 더 필요한 자세도 있고, 플랭크 자세처럼 힘이 더 필요한 자세도 있다. 요가에도 이름은 다르지만, 플랭크 자세를 비롯한 맨몸 근력 운동의 동작들과 비슷한 아사나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유연성이 요가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사람마다 어떤 자세는 힘들 수 있지만, 어떤 자세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의외로 자신의 몸에 대해 잘 모른다. 안 좋은 부분만 알 뿐이다. 좋은 부분에 대해선 당연하게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여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해봐야 안다.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두려워만 하게 된다. 나의 가능성을 내가 한계 지어 버리게 된다.


(중략)


나는 팔이 길고 몸통에 살이 없다. 보통의 동작들에서 부담 없이 어깨를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비틀기 자세들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내 몸을 새롭게 보게 됐다. 항상 굽혀지지 않고 흔들리는 발목 때문에 불안정한 하체만 신경 쓰며 못난 부분을 개선시키는 데만 집중했었다. 유독 떨어지는 수학 성적을 올리기에만 노력하듯이. 하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자신에 대해 알 수 없음을 깨달았다. 먼저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단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강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없다면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힘들다. 자신의 강점은 보지 못하고 못난 부분만 자꾸 떠올리면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중략)


한계를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리챠 아사나 C를 할 때였다. 선생님의 시범에 세운 무릎 바깥쪽으로 반대쪽 어깨를 놓고 팔로 무릎을 감싸고 등 뒤로 돌려서…… 이렇게 하는 구나, 하며 특별한 점을 못 느꼈다. 시범을 본 후 직접 할 차례였다. 오른쪽 무릎을 왼팔 겨드랑이 밑에 끼우고.… 어? 당황했다. 대체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팔꿈치를 구부릴 수 있는 거지? 이상하다? 분명 선생님은 그냥 팔을 돌려서 등 뒤로 가져가던데. 이런 자세에서 팔이 등 뒤로 돌아가는 게 인간의 골격 구조상 가능한 일이 맞나? 온갖 생각이 들었다. 손이 갈 길을 잃고 허우적대고 있으 선생님께서 오셔서 잡아주었다. 억지로 팔꿈치를 굽히고 어깨를 자꾸 위로 펴려는 내게 오히려 상체를 더 숙이고 어깨를 더 내리라고 큐잉을 주셨다. 신기하게도 마법처럼 팔이 스르륵 휘면서 등 뒤로 돌아갔다. 등 뒤에서 양손을 맞잡았다. 손이 맞잡아지니 저절로 상체가 펴졌다. 나는 완성된 자세만 생각하며 자꾸 어깨를 펴려 했다. 그게 아니었다. 반대로 상체를 더 숙이고 어깨를 더 내려야 했다. 완성된 자세까지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완성된 자세와 반대로 몸을 움직여야 했다. 이런 모습이니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나는 원래 이래, 저런 건 못해, 나는 이게 맞아, 라는 자신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비틀어 보자. 미국의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가 말했다. “잊지 말라,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가로막는 벽이라는 존재를 조금만 비틀어 보면 다른 세계로 건너는 다리가 된다. 가로막는 벽을 돌아가거나 뚫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사다리를 빌려 넘어가도 된다. 항상 어딘가에는 길이 있기 마련이다. 안 될 거야, 못 해, 이 벽을 넘어갈 방법은 없어, 하고 바라만 보고 있으면 찾을 수 없다. 관점을 바꾸고 시도하고 부딪혀 가면 마침내 벽 너머로 가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 유명한 콜럼버스의 달걀도 기존의 생각을 비틀어 깨었기에 가능했다.


아사나 수련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찾아보면 하나의 동일한 아사나에도 접근법이 여러 가지임을 발견하게 된다. 내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일단 해보자. 어쨌든 일단 해 봐야 할 수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얼마만큼 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나의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동작들을 나는 쉽게 해낼지도 모른다.







공감과 위로, 희망의 에세이 <흔들려도 괜찮다고, 몸이 먼저 말했다>의 일부 발췌입니다.

2025년 7월 출간 예정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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