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안의 나를 만나다

by 별빛너머앤

다니는 요가원은 아헹가 요가를 하기에 블록, 로프, 의자 등의 도구를 많이 이용한다. 도구를 이용하면 어려운 동작들도 아사나의 효과를 누리면서 조금 더 쉽게 수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구를 이용해 몸의 정렬을 잡아주니 아사나의 신체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번의 공백기와 정체기가 있었음에도 십여 년 가까이 진정을 다해 수련해 온 덕에 제법 제대로 해내는 자세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도구를 사용하면 필요충분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느낌이 종종 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크고 작은 부상을 겪으며 내 몸을 알아가게 되니 점점 도구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내 몸과 마주하고 싶어졌다. 고민 끝에 하타요가(몸과 호흡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결합을 이루는 요가)를 배우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고 작년 여름부터 일대일 개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월, 수, 금 주 3회 그룹수업은 그대로 가고, 거기다 화, 목 두 번의 개인 수업을 더해 주중 평일 아침은 매일 요가원에서 수련을 한다.



(중략)



개인 요가 수업에서 우르다 찬드라아사나(반달 자세)를 할 때였다. 어느 순간 몸에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몸에 힘을 하나도 들이지 않았는데 완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하나. 완벽한 균형이 이루어진 순간 그 어떤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지지하고 있는 왼쪽 다리는 땅에 심어진 나무처럼 그냥 서 있을 뿐, 어떤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바닥을 짚고 있는 왼팔도 그러했다. 아니, 마치 팔이란 게 없는 느낌이었다. 하늘로 뻗친 오른쪽 다리와 팔은 그저 깃털처럼 가볍기만 했다. 나는 분명 땅 위에 있는데 진공 속에 떠 있듯 아무런 무게를 느끼지 못했다. 공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와 질소가 내 몸을 이루는 원소와 공명하여 내 몸이 공기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순간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아름답다.” 숨이 멎을 뻔했다. 요가원에는 거울이 없다. 분명 나는 내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나를 보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머릿속에서 울린 것인지 가슴속에서 울린 것인지 모른다. 그냥 온몸으로 그 목소리를 들었다. 너무도 기뻐서 그 자세에서 정신없이 떠들었다. “선생님! 지금 너무 편안해요. 힘이 하나도 안 느껴져요. 힘을 줄 필요가 없어요.”, “내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요. 아니, 느끼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나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목소리가 있어요!” 역시 요가 선생님이셨다. “완전한 균형을 이루면 몸에 힘을 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요. 진아(眞我)의 목소리를 느꼈군요.”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하시고 기쁘게 웃어주셨다.


노자가 말했다. 도는 말하는 순간 도가 아니라고. 그 경험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분명 존재하는데, 내가 요가 수련 중임을 아는데 내 육체가 없는 느낌, 아름답다고 말하는 내면의 어떤 목소리.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이날 이후로 아르다 찬드라아사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사나가 되었다.


한 번 더 물리적 존재로서의 내가 없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한 번 더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 후 정말이지 글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아르다 찬드라아사나를 수련했지만, 그날 같은 가벼움은 느낄 수 없었다. 여전히 지지하는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하늘로 올린 다리는 무겁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 목소리는 멀리 몇 백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다. 소금을 물에 녹이면 소금이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물 어디에나 존재하듯 그 목소리는 늘 내 안에 있음을 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온 세상을 찾아 헤맨 파랑새가 자기 집에 있었듯. 늘 나를 보고 있고 언제고 내가 준비되면 다시 말을 건넬 것을 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길은 인간사 동떨어진 저 멀리 어딘가에 있지 않다. 나의 자의식을 넘어 행위와 숨과 마음, 셋을 하나로 일치시켜 지금, 여기에 두는 것. 그것이면 된다.






공감과 위로, 희망의 에세이 <흔들려도 괜찮다고, 몸이 먼저 말했다>의 일부 발췌입니다.

2025년 8월 출간 예정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keyword
이전 05화나는 나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