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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Sep 13. 2024

제헌절, 헌법과 준법정신을 생각하다.

"엄마, 태극기 단 집이 있어. 오늘 쉬는 날 아니야?"

푹푹 찌는 더위에 지친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묻는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7월 17일 제헌절이다. 제헌절이 쉬는 날 아니었나? 나도 헷갈려 검색창에 물어보니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고 알려준다.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으로 쉬는 날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은 아닌 날, 제헌절을 기억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시작된, 첫 헌법 공포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해 둔다.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광복했다. 광복했다는 기쁨도 잠시, 미국과 소련의 분할통치로 민주주의 진영의 남한과 사회주의 진영의 북한으로 한반도는 갈라지게 됐다.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두고 대립했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UN으로 이관됐고 UN 총회에서 인구비례에 따른 남·북한 총선거를 실시하도록 했다. 소련은 이를 거부했고 선거가 가능한 남한만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실시했다. 이날의 선거로 198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고,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을 공포했다. 그리고 1948년 8월 15일, 대통령 이승만과 부통령 이시영, 제헌국회로 이루어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다. 이후 1949년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며 국경일로 지정되어 1950년 7월 17일부터 실행되었다. 7월 17일로 제헌절을 정한 이유는 조선왕조 건국일이 7월 17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역사와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남한만의 단독정부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을까?

제헌절이 중요한 이유는 헌법(憲法)이 만들어진 날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한 국가를 통치하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최고의 법규로,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바꾸거나 없앨 수 없다. 자유권, 평등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입법부•사법부•행정부에 대한 참가의 형식 또는 기준을 규정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법이다. 헌법이 있기에 우리는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법중의 법', 최상위 법이므로 어떤 법도, 권력자도 헌법을 거스를 수 없다. 대한민국의 경우 제헌헌법에서부터 9차례 이루어진 헌법 개정 중에서 5차례는 최고 통치자들이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 그들은 길어야 임기를 10년 연장했다. 그리고 초대 대통령이나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4·19혁명으로 하야한 대통령, 군사쿠데타로 18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1979년 10월 26일 부하에 의해 목숨을 잃은 대통령, 1980년 5월의 광주와 1987년 6월의 온 나라를 무력으로 탄압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된다.
지금의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실현한 제10호 헌법이다. 유일하게 10년 이상 유지된, 역대 최장수 헌법이기도 하다.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개헌은 정치적 셈법에 휩쓸리지 않는,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룬,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개헌안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모든 나라에는 법이 있고, 우리는 법과 규칙을 지키며 살고 있다.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으나 지켜야 할 법이 있고 그 선을 넘어가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매 싸움의 대부분은 한쪽(주로 동생)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이리저리 바꾸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일까.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바꾸라고 있는 게 아니야. 계속 네가 유리한 쪽으로 바꾸면 너랑 할리갈리 하고 싶겠어?"

게임 시작하기 전에 의논해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대로 게임과 놀이에 임하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놀이의 규칙을 지키는 것이 법을 지키는 준법정신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아쉽게 쉬지 못하는 제헌절이지만,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함을 알고 스스로 법을 지키려는 준법정신을 마음에 새겨 보면 좋겠다. 무더운 제헌절이 지나갔으니 가을바람 부는 날, 남매와 국회의사당과 국회박물관을 방문할 이유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출처: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국회박물관 전경 (사진 출처: 국회박물관 홈페이지)



*커버사진 출처: <초등 숙제 왕! 명절 기념편: 오늘로 말할 것 같으면!>, 배은영•토리아트, 제제의 숲,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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