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 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요즘 흥얼거리는 노래다. 멜로디가 밝고 경쾌하여 꽤 신나는, 애국심이 차오르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1996년 발표된 이 노래는 나라 사랑 노랫말 상을 수상하고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국민동요가 되어 여러 버전으로 존재하며, 아이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랜선 역사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래 가사처럼 단군왕검은 우리 민족의 첫 나라인 조선을 세운다(단군의 조선과 태조 이성계의 조선을 구분하고자, 단군의 조선은 고(古)조선이라고 부른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큰 뜻을 품고. 개천절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의 시조 신화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오랜 세월을 거쳐 전승되어 기록으로 남겨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는 고려 시대 승려 일연이 기록한 역사서인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수록되어 있다. 단군신화에는 청동기시대의 문화를 토대로 고조선이 건국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 환웅이 '바람, 비, 구름을 다스리는 신하를 데리고 왔다'라는 것은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의미이고, '환웅이 웅녀를 아내로 맞았다'라는 것은 환웅 부족이 곰과 호랑이를 믿는 두 부족 중에 곰을 믿는 부족과 세력을 합쳤다는 뜻이다.
홍익인간 사상은 우리나라 정치·교육·문화의 최고 이념으로,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으로 채택되어 1949년 12월 31일 법률 제86호로 제정·공포된다. 2007년 개정된 교육기본법 제2조에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교육의 근본이념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과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인격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는 의미일 것이다. 더불어 교육은 권력이나 돈과 같은 가치가 아닌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홍익인간 사상이 현재 한국의 정치와 교육을 이끄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지 않을까?
‘공부해서 나 잘 돼라’라고 가르침을 받던 시기를 지나 ‘공부해서 남도 주는’ 시대가 되었다. 공부의 시작은 나의 부귀영화였을지라도 원하는 대학과 회사, 자리로 간 뒤에는 남도 위한 마음을 가져야 더 오래 행복하게 나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작은 '나'다. 내 얘기를 하고, 내 생각을 펼치고, 나를 드러내고. 약간의 용기를 내고 차츰 실력을 쌓아, 내 얘기를 남도 들을 만하게 쓰게 되면 남을 위한 글이 되고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쓰면 세상을 위한 글이 된다. 글 써서 남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많은 이를 이롭게 하고 사람과 세상을 크게 돕는 홍익인간의 정신. 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사람과 세상을 크게 도우라고, 단군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듯하다. 공부해서 남을 돕는 일, 글 써서 남 주는 것도 삶 속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 나의 읽고 쓰는 능력이 사람과 세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곧 다가올 '우리 민족의 새날이 열린 날'을 맞이한다.
커버사진 출처: 『역사가 쏙쏙 한국사 인물 1: 고조선~고려』, 이미지•우지현•이선희, EBS한국교육방송공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