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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도발

by 스윗슈가 Oct 28. 2023

어렸을 때부터 비염인으로서 환절기를 겪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추워지는 9월은 특히 더 그런 것도 같다. 아니, 올해 9월은 더웠으니 10월부터일 테다.

눈도 가렵고 코도 막히고, 남편도 살성이 좋지 않은데 딸내미 눈까지 빨갛다.


체리. 10개월 된 우리 효묘의 털갈이 시즌이다.

그러고 보니 공기 중에, 피부에, 우리의 옷에, 의식, 무의식 중에 털. 털. 털과 같이 생활하고 있으니 만질 땐 세상 포근하고 부드러운 너의 코트가 환절기가 되니 알레르기 촉매제로 일순간에 변했다.(냥이 입양 전에도 9월은 힘들었지만)


널 입양한 건 한겨울 크리스마스이브였으니,

그땐 참 앞뒤 재지 않고 포근히 널 안기만 하면

뭐 어려울 게 없으리라 초롱한 아기냥을 보면서

그 생각뿐이었다.


애써 새로운 선택의 긍정적인 면만 생각하고 싶어 했던 겨울이었다.

 후 맞는 첫가을

안약을 넣어도 눈이 너무 가려우니

하루 세 번 냥이와 입 맞추던 집사는

입은커녕 눈도 안 맞추고 안방을 냥이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살짝은 매몰차게 체리를 향해 문을 닫았다.


이 가려움에 네가 일조한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몸이 어딘가 불편해지면, 제일 먼저 나부터

챙기는 인간집사의 본성은 눈의 가려움으로

막내냥에게 거리를 두고 딸내미에게도 만지고 꼭 손을 씻자 당부한다. 너를 받아들인다는 것. 반려동물과 산다는 것은 너의 사랑스러움 뿐 아니라 때로는 너로 인한 힘듦까지도 받아들인다는 것일 텐데.


 사는 너를 막내로 한없이 애정하다가도

자기 몸의 안위가 불편해지는 이런 순간엔 여지없이 방어막을 치며 한걸음 물러선다.


펫케어 건조기도 있고, 중국에서 온 로봇청소기.

신문물이 두대나 있으니 나의 , 아니 남편의 좀 더 부지런하고 기민한 움직임으로 환절기라는 우리의 복병을 잘 넘겨보고 싶다.


 알레르기를 앓지만 너를 여전히 사랑하기에 우리는

너의 정수기에 새물을 붓고, 이빨을 닦이고,

가끔은 투덜거릴지라도  새로 산 방석 위에서

열심히 꾹꾹이 하는 네 발을 들여다보고,

만지고 애정하리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는 모든 것은 때론

 무슨 이름의 도발이 됐든 감내케 하는 나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글을 쓰는 동안은 가려움이 잠시 잠잠하다.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은 호흡도 쉬이 편안해지고 불편하고 껄끄러웠던 것들도 활자 안에서 어느새 대수롭지 않아지곤 하니 신기한 일이다.


가을이 속도를 내어 깊어지기 시작하는 때, 늦을세라 잊지도 않고 찾아온 이 도발이 그래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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