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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Mar 16. 2024

눈물에 널 개어 그리면

너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어서

너를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해 보자면. 뭐랄까, 참으로 달을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희고 투명한 웃음 때문이었을까. 눈이 부셔 인상 찌푸려지는 태양과는 다른 빛을 내던 사람이었다. 자꾸만 눈을 마주하게 되는 빛. 평온하지만 분명히 맑게 빛나던 너.


언제부터였나. 나 너를 기다려온 것만 같은데. 초연히 벽에 기대앉아 창 밖 널 닮은 달 바라본다. 달이 차오른다. 만월이 되어갈수록 너에 대한 생각도 밝아진다.


이토록 간절했던 때 또 언제 있었나. 대학 입시 미술을 치르던 때가 생각났다. 흐르는 눈물에 물감을 개어 그림을 그리던 날이. 하늘은 내게 원하던 결과를 단번에 주지 않았다. 재수를 한 뒤 합격했다. 그때는 단번에 이상향에 도달 못해 슬펐다면, 지금은 아니다. 당장은 아니어도 '결국'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이번에도 눈물에 널 개어 그리면 다음번엔 어쩌면. 이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손을 가득 채운 눈물은 어느새 양동이를 가득 채웠다. 가득 떠놓고 기도한다. 눈물에 널 닮은 달이 스친다. 달을 움켜쥔다. 손에 남는 것은 눈물뿐이었다. 널 가득 건져 올린다. 여전히 넌 밤하늘에 일렁이고, 내손에 남은 것은 눈물뿐이었다.


달이 그러하듯. 널 마주친 이상, 널 지우는 것은 불가했다. 내가 언제, 어디에 있던 멀리서, 확실히 존재할 너였다. 내 삶을 목도할 동반자이자 닿을 수 없이 먼 존재였다.  


달이 그러하듯. 내가 널 알아보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이미 내 인생에 발 들여놓을 것이 정해져 있던 존재, 시간문제였다. 아름다운 너를 내 곁에 가까이 두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도 보고, 글로 남기고 그림을 그렸지만 넌 언제나 밤하늘 저 멀리 빛났다. 호수에 비친 달을 아무리 건져 올려 봐도 가질 수 없었다. 그럴수록 다급히 달을 훔쳐냈지만 수면 위로 달빛 파편이 부서질 뿐이었다. 그것이 너와 나 괴롭게 했을까.


달로 인해 그러하듯. 너로 인해 눈물이 일렁인다. 잔잔한 수면에 잔물결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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