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안긴 딸
얼마나 아팠을까.
배가 한쪽으로 쏠리며 침몰했을 때 그 무게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잠결에 갑자기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숨 쉴 수 없는 압박에 숨이 멎던 그때에.
남자친구가 생기면 아쿠아리움에 빠지지 않고 들렸다.
물속은 두려움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걸
처음으로 배우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의지해 밝고 예쁜 것만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안전하니까. 아빠와 달리 난 숨 쉴 수 있으니까.
2012년에 지금의 남편과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스쿠버 다이빙 체험은 필수 코스였다.
짧은 교육 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물속에 가만히 있으면 됐다.
두 명을 한 명의 현지인이 잡고 포인트로 이동시켜 주어
'황제 다이빙'으로 불렸다.
한창 연애할 때라 남편을 위해 용기를 냈지만
배 위에서 호흡기를 입에 물자 숨 막히는 공포가 밀려왔다.
온몸을 버둥거리며 바닷속에 뛰어드는 걸 거부했다.
"오히려 밖에서는 호흡기로 숨 쉬는 게 더 힘들어요.
물속에 들어가면 편해져요. 저를 믿으세요. 일단 들어가세요!"
포기하려는 내게 다이빙샵의 한국인 사장님이 다급하게 말했다.
별안간 강원도 정선에서 집라인을 탈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앉아있는 게 굉장히 불편하시죠? 일단 출발하면 아주 편해집니다."
즐거웠던 경험에 의지해 전문가의 말을 믿었다.
정말 물속에 들어가자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바닷속은 죽음이 아닌 생명으로 가득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어둡고 고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밝고 생기가 넘치는 곳.
그렇기에 눈을 뗄 수 없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세상.
14살 여름에 괌 리조트 수족관에서 경험했던 체험 다이빙이 떠올랐다.
두 달 후 다가올 불행을 모른 채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었던 그날처럼
조용하고 느린 바닷속에서 신나게 뛰는 심장을 느꼈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사랑의 힘으로 용기 내지 않았다면
다시 마주하지 못했을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아쿠아리움보다 예쁘진 않았지만 그보다 경이로웠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기뻤다.
딸은 그렇게 아빠를 삼킨 바다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
(매주 목요일 밤 9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