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시리즈 2탄
행운을 부르는 사람은 일단 시작부터 한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이것저것 재다가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런 사람들은 기회가 다 지나간 이후에야 그것이 기회였음을 깨닫고 후회한다.
무모하리만큼 행운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일단 시작하고 나서 그 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즐기는 것이다. 기대는 줄이고 실행은 많이 하는 사람들이 행운을 누리는 일이 의외로 많이 일어난다.
휴렛패커드라는 회사는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도 없이 일단 차고에 차린 회사였다. 전기료 정도만 낼 수 있다면 컴퓨터로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가 세계적인 회사가 됐다.
요즘에 점점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SNS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마케팅회사, 쇼핑몰, 출판사까지 차리는 성공한 회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일단 뭐라도 시작을 하면 성공확률은 50% 이상이다.
기대가 없기 때문에 망해도 그렇게 크게 망하지 않는다. 망해도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아이디어로 재기해서 절대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든다.
시작을 해도 된다고 말할 만큼 완벽한 기회나 타이밍은 주어지지 않는다.
완벽을 기하는 순간 행운과 마주칠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행운은 뭔가 어설프고 균형이 깨어진 부분을 통해 조용히 들어온다. 일단 도전하면 그 일을 도와줄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상의 일부분이 붕괴될 정도의 변화가 왔을 때 거기에서 새로운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때는 남들이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여 움직이기를 망설인다. 그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그 기회를 움켜쥐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능력을 통찰력이라고 부른다. 행운을 잡기 위한 통찰력은 어떻게 길러질까? 어떤 사건이나 교육을 통해 일시적으로 통찰력이 생기지 않는다.
통찰력은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시도를 통해 경험을 얻고, 실패를 통해 깊은 성찰을 해왔을 때 길러진다. 한마디로 많은 결정을 해봐야 한다.
나는 내향인 성향이 상당히 강해서 검사는커녕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항상 걱정이 많았다. 남들 앞에 나서는 상황을 항상 피해왔다. 그러나 편한 상황에서는 남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중견 검사가 되었을 무렵, 나에게 검사들 앞에서 사회를 봐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유는 ‘그냥 네 짬밥이 그걸 할 때야’라는 거였다. 나는 소극적인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라도 그 제안을 거절하려다가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수락했다.
이왕 하는 거 멋지게 해 보자는 생각에 몇 날 며칠 연습했다. 그리고 실전에서 멋진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부터 나를 봐온 사람들은 나를 지금까지도 외향인으로 보고 있다. 이후 검찰청 행사 때마다 나는 사회자로 쓰였다. 장기자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서 상을 휩쓸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니 나의 보이지 않던 잠재적 능력이 표출된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나를 상당히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볼 것이다. 그것만으로 나의 운은 수직상승했다고 생각한다.
행운을 부르는 사람은 순수한 열정으로 몰입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몰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행운은 그런 아름다움에 이끌린다.
마음을 비우고 온전히 자기 앞의 일에 몰입하는 경우에 행운은 ‘아이디어’라는 이름의 선물을 남긴다. 물론 몰입행위를 하면서 ‘이번 기회에 아이디어를 얻고야 말 테다’라는 결과 지향적인 생각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고, 신박한 아이디어를 얻기 힘들다.
마음의 빈 공간을 통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이전 글인 ‘몰입과 아이디어’에서 길게 서술했기 때문에 많은 설명을 생략하려고 한다.
행운을 부르는 사람은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사람이다.
검사,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에서 얻은 생각이다. 나는 어수룩한 모습을 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동료, 선후배들을 많이 봐왔다. 그것을 보고 나는 뭔가 완벽한 모습을 보이거나 멋있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다짐을 하면서 살고 있다.
검사시절에 나는 정말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뭔가 어수룩했던 동기와 선후배들이 결국에는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잘 올라갔다. 선임이 되고 나서야 그 원리를 깨달았다. 그들이 그것을 계획했든지 안 했든지 그들은 행운을 불러오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잘난척해서 얻는 게 뭐가 있는지 잘 생각해 보자. 진짜 잘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질투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못난 사람이 그런 행위를 한다면 비웃음을 살 것이다. 얻는 게 없다.
그런데 잘난 사람이 겸손하고 어수룩하다면, 그 사람은 상사마저도 그를 존경하게 만든다. 저렇게 훌륭한 후배를 저 자리에 가만히 둘 수 없다면서 자꾸 위로 올려 보낸다. ‘저런 후배가 검찰을 이끌어가야 해’하면서 그가 원하는 자리로 보낸다.
그런데 좀 못하는 사람이 어수룩하다면, 그는 상사나 동료가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한다.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도움을 준다. 도움을 받은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앞질러 가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경쟁자로 느끼지 않는다. 이것저것 자기의 업무비결을 알려준다. ‘어차리 저 사람은 알려줘도 나를 못 따라올 거야’라고 생각한다.
법정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리는 변호사들은 언변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모습도 뭔가 어수룩하고, 말도 좀 더듬으면서 변론을 한다. 방청석에서 보는 사람들이 답답할 정도다. ‘비싼 돈 주고 변호사 선임했을 텐데, 쯧쯧’ 혀를 찬다. 그런데 그런 변호사들이 변론한 사건들의 결과는 예상외다.
왜 그럴까? 역시, 어수룩한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본능이다. 재판장석에서 최고엘리트이자 전지전능에 가까운 판사가 보고 있다. 그 판사 입장에서 외모 번듯하고 말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아님, 그 반대를 좋아하겠는가?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간 본성상 좀 어수룩한 변호사를 좋아할 것이다. 심지어는 ‘저런 변호인을 돈 주고 선임한 피고인도 참 안 됐네...’라면서 피고인이라도 도와주고 싶어 할 것이다. 이래저래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어수룩하게 빈틈을 보이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비결이다.
좀 어수룩하면 진정성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적어도 저런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사람이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뭔가 빈틈이 보이고 수줍어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에게 운이 몰려든다.
행운을 부르는 사람은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정말 쉽게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항상 입에는 ‘나는 항상 운이 좋아’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 사람이 정말 인생이 잘 풀려서 쉽게 사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 운을 믿고 그렇게 살고 싶은 바람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쉽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도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고 믿고 살면 정말 운 좋은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일을 맡겨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일을 맡긴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 신뢰감이 생긴다. 그런 사람에게는 또 다른 일을 맡기고 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 진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운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열심히 한다. 저 정도로 열심히 해야 먹고사나 싶을 정도로 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느긋한 모습만 보이는 것이다. 느긋한 모습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준다면, 상대방은 언제나 그들 편이다.
쉽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려면, 일단 잘 차려입어야 한다. 최고급으로 멋을 낼 필요는 없지만, 자신감이 표출될 정도로는 입어줘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낮춤으로써 겸손한 이미지를 주고 주변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쉽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티브이 영웅물에서 보는 그런 힘을 상징하는 카리스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고 다가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친절함일 수도 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법정에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변호사가 있다. 온화한 얼굴로 의뢰인에게 먼저 앉을 의자를 안내하고, 판사에게도 부드러운 미소와 더불어 온화한 말투로 변론을 이어간다. 그런 변호사의 말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지고 어딘지 모르게 설득되게 된다. 법정에서 시원하게 큰 소리로 내뿜는 게 진정한 카리스마는 아니다.
검찰에서도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 그분은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후배들을 대한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조사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며 조사를 한 적이 없다.
항상 시간을 두면 설득하는 자세로 사건을 대했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오래 걸리기는 하는데 당사자들로부터 항상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구속되는 사람들마저도 고맙다는 말을 하였고, 그 사람들이 그 검사장이 변호사로 개업을 했을 때 찾아가서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들은 온화하면서도 당당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는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찾지 말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