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와 연료 이야기
가족들과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들르면 종종 하는 이야기다.
사실 엊그제 인천공항 브리핑실에서 회사 운항관리사와 통화하며 꺼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행시간만 6시간, 승객은 거의 만석이다.
이번 비행은 737-800으로 요즘 같이 맞바람이 많이 부는 시기에 날아갈 수 있는 최대한의 이동거리와 시간에 가깝다. (물론 안전을 위해 비정상 상황시에 착륙할 수 있는 대체공항까지 이동거리에 필요한 추가 연료를 포함한다)
부기장 훈련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신없이 다녀왔었던 태국 치앙마이~
그 후 8여 년이 흐르고 기장이 되어 비행시간을 이제 700시간을 갓 넘은 부기장과 함께 다시 이 공항에 랜딩을 하니 8년 전 나의 모습이 옆 자리 부기장을 통해 아스라이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연료는 외기 온도에 영향을 받기에 밀도와 부피가 생각보다 많이 변화한다. 그 이유로 내가 혹은 교범에 나와있는 최대 허용 탑재 연료량만큼 가득 실을 수 없다.
(자동차에 넣는 연료도 마찬가지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항공기에 비해 적은 양을 주유하고, 이동거리 중 연료가 부족하면 언제든 주유가 가능하기에 큰 영향을 고려할 필요성이 적지만 항공기는 그 반대이다.)
그래서 연료를 항공기에 급유하게 되면 정비로그에 당일 급유 시 온도에 따른 연료의 밀도(density)를 급유량과 함께 기입해 놓는다.
이날은 탑재가능한 연료가 항공기의 연료탱크 최대용량만큼 넣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최대한 연료를 요청하였다.
(사실 운항관리사가 처음 계획한 비행계획서에 명기한 연료량에 겨우 200 LBS 정도만 추가가 가능했다.)
Final Fuel on board 45700 LBS~
(참고로 교범에는 표준 상황에서 대략 46000 LBS까지 가능함)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대형 항공기에 실리는 연료량에 비하면 소소한(?) 연료량이지만, 나의 애기(愛機)인 737에게는 비행 중에 흔치 않게 실리는 아주 많은 양이다.
연료를 한없이 많이 실고 싶지만, 연료를 이유 없이 많이 실게 되면 항공기의 이륙 중량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이륙 가능한 중량 또는 상승 가능한 최대 혹은 최적의 고도가 도달되지 못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연료를 많이 실었던 이유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중에서 항공기의 운항은 지상에서 이동하는 여타 이동 수단과 여러 가지 이유에서(특히 안전운항과 관련하여)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오늘도~항상~언제나~
아무리 짧은 비행이라 할지라도 변화무쌍 한 기상과 공중 상황, 항공기의 상태 그리고 그에 따른 연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신중한 비행 준비와 연구를 한다.
나를 포함한 내 항공기에 탑승한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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