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제목 : 트러스트, 저자 :에르난 디아스,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벽돌책] 3. 트러스트, 글쓴이 : oh오마주
질문 1. '트러스트', 우리에게 '믿음'이란 진실인가, 사실인가?
질문 2. 소설은 쓸모 있는 허구인가? 감정을 지닌 이야기인가?
질문 3. 현실을 참조했다면, 소설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질문 4. 믿고 싶은 것을 믿어도 될까?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382쪽 : 나는 그런 공간(밀드레드의 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응접실과 드레스룸 사이의 침실은 각진 구름 같았다 -중략- 단지 추상적인 선처럼 말이다.
383쪽 : 집안의 나머지 공간과 대조를 이루는 이곳에는 수도원 같은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386쪽 : 나는 부의 그런 속성을 베벨과 시간을 보내며 확인했다. 나는 한 번도 그의 사치품을 탐내지 않았다. -중략- 다른 세상에 혼자 오게 된 지구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 더 비싸고, 스스로 더 나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
388쪽 : 즉 나의 필요와 욕구, 욕망이 상대의 모습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공통의 목표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말이야. 그건 단지 우리에게 같은 목표가 있다는 뜻일 뿐이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차이점이야. 나는 나한테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상대와 협력하네. 그 정도를 넘어서면, 그저 경쟁이나 무관심이 있을 뿐이야.
389쪽 : 아버지한테 대의명분은 사치품이 하나예요. 아버지의 자기부정은 자만심의 뿌리인걸요.
390쪽 : 베벨은 나의 뻣뻣한 태연함 이면의 괴로움을 눈치채고 즐거워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391쪽 : "자네를 위해서 가구가 갖춰진 아파트를 하나 임대했네. 여기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 그는 나를 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개장 전이나 늦은 밤에, 오늘 저녁처럼 일할 수 있을 거야. 우린 진도가 너무 느리고, 책 출간 일정은 지나버렸네. 자네를 가까운 곳에 두면 도움이 되겠지."
396쪽 : "하지만 시간이 됐구나. 넌 현명하니까 네 판단을 믿는다. 내 생각이 너랑 다르더라도 말이야." -중략-
"알겠지만, 이런 시궁창도 괜찮다면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 아버지가 말했다.
399쪽 : 나의 새 아파트에서 도시 전체로 뻗어가는 동심원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뿐이었다. 공백을 감싼 공백.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가장 큰 진공의 바깥쪽 테두리 바로 너머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멀고, 작고, 난파당한.
내가 버린 원고를 아버지가 왜 훔쳤는지, 아버지가 그걸로 무슨 짓을 했으며 무슨 짓을 할 계획이었는지는 관심 없었다
404쪽 : 밀드레드의 삶과 성격에 관한 아주 작은 조각에도 굶주려 있던 나는 노트패드에 펜을 댔다. -중략-
내가 취하지 않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른 설명이었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베벨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소금통을 돌리고 있었다. 그건 내 이야기였다, 저녁을 먹으며 탐정소설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 베벨은 내 글에서 그 내용을 읽었다. 그건 "여성적 손길"을 활용해 가정적인 일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따라 내가 밀드레드에게 만들어준 장면 중 하나였다.
406쪽 :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은 밀드레드의 탐정소설에 관한 그의 가짜 이야기였다. 내 기억을 표절당하는 데는 엽기적인 폭력성이 있었다.
412쪽 : 집은 무시무시해 보였다. 위험하고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더러웠다. 광기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 모든 점은 그 순간 내가 아버지를 향해 느꼈던 사랑을 더 깊어지게 할 뿐이었다. 그 사랑은 동정심과 너무도 꽉 얽혀 있어서, 나는 그날 이후 둘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417쪽 : 나는 서류 사이에 그 (밀드레드의) 일기장을 숨겨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나 자신에게 놀란다. 내가 살면서 해본 다른 도둑질은, 밀드레드의 방에서 그녀의 압지를 챙겨 왔던 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 거의 반세기 뒤에 두 번째로 밀드레드의 글을 훔친 셈이다. -중략-
하지만 이건 절도가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이것은 수십 년이라는 시간 지연을 거친 대화다. -중략-
나 자신의 오만함이 거슬린다 - 여기에 쓰인 말이 나를 향한 것이라고 느끼다니. 내게 이 노트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나 자신을 이토록 쉽게 설득할 수 있다니.
418쪽 : 이제야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생각하면서.
1) 콧구멍으로 웃는다
아무리 찾아봐도 설명이 없는 문장이다. 코웃음과는 다른 의미일 텐데, 며칠 동안 머릿속을 휘저었다. 직역인가? 통상적으로 쓰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상상해 볼 뿐이다. 입은 웃지 않지만, 콧구멍을 크고 동그랗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앤드루 베벨의 화려한 삶을 '62세의 나이로 사망'이라는 한 단어로 짧게 말했을 때, 이 문장이 생각났다. 심장마비로 죽고 3-4시간 후에 발견되었다. 큰 집과 많은 사람, 그가 지켜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혹은 지키려고 지킨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이 다 하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살았을까... 작가의 아버지는 베벨이 사망하고 12년 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자본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의 삶이 대비된다. 오히려 따뜻해지는 기분, 내가 많이 가지지 못한 쪽이라 그렇다.
2) 아이다 파르텐자의 지금의 삶이 시작되고, 밀드레드의 일기장이 나온다.
과거의 이야기가 청산되고 지금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지만, 이야기 속에 혼재되어 있던 이탤릭 체(글자를 비스듬히 쓰는 것)는 현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현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다는 밀드레드의 일기장을 훔쳤다. 그리고 밝혀지는 내용이 사실인지, 생각일 뿐인지 궁금해졌다.
3) 큐브로 이루어진 액자식 구성
읽을수록 아름다운 것은 '소설의 구성'이다. 이게 현실이 아니라면 내가 지나치게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 단면적인 액자식 구성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바라보는 액자식 구성이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책의 이 장점을 어떻게 녹일 건지 궁금해진다. 뺄 내용이 없는데, 시리즈로 나오는 게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부 '채권'을 다 읽고 충격에 빠졌었다. 2부는 사실 1부에 비해 흥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3부는 비밀을 알게 되는 기분이라 통쾌하기까지 했다. 4부는 일기장이 공개되고, 나머지 껍질까지 다 벗겨지는 기분일지 모른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아, 아쉽다.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