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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오마주 Mar 25. 2024

건강 이슈

가족 이야기 5. 다이어트는 다음 기회에

너, 발 쿵쿵 좀 하지 마!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일요일은 행복하다. 퇴근하고 집을 정리했다. 아이도 친구 엄마 덕분에 키즈카페도 가고 고기도 먹은 행복한 일요일이었다. '발걸음도 가벼웁게' 마룻바닥으로 되어있는 우리 집을 걸었다. 평소처럼 걸었지만, 밤이면 퉁퉁 부으니까 코끼리 같아 보였을까? (코끼리야, 미안) 잔뜩 심통이 났다. 날카롭게 눈을 뜨고 "너, 발 쿵쿵 좀 하지 마!" 말했다. 그렇다, 남편은 소리에 민감하다. 건강 관리 중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민감해지면, 음식을 줄이고, 소리에 민감해진다. ​

그래도 긍정 신호다. 뭔가 시작했다는 것은 좋은 거니까. 걱정은 걱정을 낳지만, 무관심은 최악을 낳는다. 잔소리를 해도 낫지 않는 습관이다. 잔소리를 하지 않아야 더욱 심해지고, 그래야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다. 연쇄적으로 선순환(?) 되었다.

우리, 이제, 나이 탓을 좀 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시간 탓도 좀 해야겠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 '인맥 관리'는 필수다. 나와 나만 있더라도 우리는 음식과 대화해야 한다. 먹으며 떠들고 놀 시간에, 책을 읽었다면 최소한 술은 덜 마셨을지 모른다. '놀고먹은 죄'라는 말을 매일 천 번씩은 고해해야 한다.

다행인 건, '아직 젊기 때문에' 건강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시간만 내면' 운동할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낚시' 잡지라도 내가 사줄 테니. 하루에 10분씩만 독서하자.

다 읽으면 한 달에 한 번씩 낚시 간다! 정말로!


하지만 듣고 싶은 말만 듣겠지.


월요일 아침부터 바빴다. 어제는 일찍 잠들었는데도, 아침 햇살이 포근하기만 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아침밥을 했는데 아이가 '잠을 더 자겠다'라고 했다. 학교에서 점심을 1시에 준다. 배고플게 뻔한데, 다시 깨우려다 생각했다. '나도 5분 더 잘걸.' 가자미눈을 뜬다. 그리고 시계를 1분에 한 번씩 초조하게 본다. 잔소리보다는 하루 배곯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배고프면 앞으로는 일찍 일어나겠지, 생각해 본다.

출처 : 더농부님 블로그

금주와 금육 중인 남편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카페로 '글쓰기 원정'을 가는 나에게 그는 장화 신은 고양이 눈으로 말했다. "나 점심밥 뭐 줄 거야?"

어른이니, 알아서 먹어야지. 어린이도 아니고 말이야. 했지만, 얇아진 뱃가죽이 눈에 띈다. 무심하게 문을 닫고 나오면서, 오늘은 뭘 줘야 하나 고민과 결심을 반복한다.

"Poor baby(불쌍한 내 사랑), 아끼는 닭 가슴살 IFF를 삶을게. 양배추와 양파를 잔뜩 넣어 볶아줄게. 거의 덜 익혀 줄 거야. 간장은 조금 넣어 드릴게."


오늘도 '우리들의 건강이슈'는 남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겪어봐야, 아파봐야, 위험해 봐야 스스로 움직인다. 걱정되지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다. 스스로 노력한 결과를 맛보는 것이다. 내가 그래서 가족도 그렇길, 그런 마음을 '냅두는 이유'로 들어본다.

물론 나는 '정신 건강'을 위해, 슈크림 라테와 소금 빵을 먹었다.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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