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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07. 2024

사과박스의 선택

지정석있는 VIP

  우리 집은 과일이 끊기질 않는다. 쌀은 없어도 과일은 먹어야 하는 그런 집이다. 웬만하면 사시사철 냉장고에 늘 자리 잡고 있다. 김치냉장고 안 지정석이 있는 VIP이다. 더구다나 도전다이어트를 하려면 사과는 필수가 아니던가~ 도매시장까지 행차하여 사과를 사러 간다.

 "사과 맛있는 거 있어요? 맛있고 땅땅한 거요~ 집에서 먹을 거라 안 좋은 거여도 돼요!"

 "그 집은 맛없는 건 안 먹잖아~" 사장님은 까다로운 우리 입맛을 아신다. 다행히 작은 사이즈 못난이로 사 왔다. "올레~~~~~"

하지만 집에서도 1일 1 사과, 외출 시, 여행 시 사과를 싸매고 다니는 통에 한 달도 못 가서 사과의 바닥이 보인다. 그러면 또 행차한다.

 "사과 맛있는 거 있어요?" "이거 먹어봐~" "얼마예요???" "7만원~" "헉, 지지난번은 못난이 작은 거 4만 5천 원에 샀는데 7만 원이요?" 이건 사이즈가 훨씬 크다. 그리고 그 다음 달에 갔더니.... "8만 원~" "지난번에 7만 원에 사갔는데 싸게 해 주세요~~~" 갑자기 사장님께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부린다. 하지만 가격은 동결... "히잉~" 슬프지만 불쌍하셨는지 곶감 한 봉지를 건네신다. 그럼 또 그걸 받고 "사장님 싸-뢍-해요~" 외치며 신나게 나온다.

'에잇! 비싼 만큼 이쁘긴 하네.... 예전 정물화 그리던 콘셉트인데?' 자꾸 치솟는 물가에 선포한다.

 사과는 1일 1 사과만 먹는다.
4명이니까 4분의 1쪽씩만 묵어라!
2쪽 먹는 순간 죽음이다!!!
알았냐?

한 박스에 30개씩 들었으니까 2500원이 넘는다. 요즘 물가, 예전에 엄마가 박스채 사줄 때는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내 돈으로 사 먹으려니 손이 후덜덜하다. 그럼 점핑 후 동지들과 등산을 가기 위한 작업을 벌인다.

 '세명이니까 싸우지 않게 3등분을 하고 가운데를 도려내어, 다시 원래 사과의 모양인척 둔갑을 하고, 봉다리에 넣어본다. 최대한 부피도 적고 공기가 안 들어가고 변색도 없게.... '

그럼 점핑으로 열을 뺀 다음 정신이 몽롱할 지경까지 점핑으로 쪼진다. "우와~ 오늘 너~ 무 힘들었어!" 집에 걸어갈 힘도 없지만 운동동지들과 으쌰으쌰 하여 바로 집뒤 등산코스로 직행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점핑을 하고 같이 가자라는 꼬드김에 넘어와 같이 등산 갔다 하루 만에 몸살에 걸린 '쏘쏘' 언덕, 산책코스에 골골댄다고 진짜 그때 몸살 걸린 거 맞냐고? 꾀병 아니냐고 놀렸다. 이 정도 갖고 몸살 걸리냐고 이중, 삼중 놀리는 멘트로 우리의 등산은 시작된다.

왕복 50분이 채 안 걸리는 코스이지만 점핑을 하고 점핑 2타임은 절대로 못한다며 한사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등산화를 신고 바로 올라간다. 여러 코스가 있지만 우린 나름 그 안에서 제일 힘들게, 그리고 빠르게 올라갔다가도 엉덩이에 살찐다며 의자에 앉지도 않고 바로 돌아 내려오기에 다른 멤버들이 투입됐다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오래간만에 걸으니 또 새롭다.
아직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지만
차가우면서도 상쾌한 바람을
박하사탕을 목구멍으로 흡입하는 느낌이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살짝 오르막이 있지만 나름 완만하여 가볍게 걷기에 딱이다. '사실 등산이라 말하고 셋이 오고 가며 수다방이라 쓴다.' 그냥 시시콜콜한 우스갯소리부터 다이어트, 정신훈련, 자녀교육 지침방안까지 많은 일들을 나눈다. 그러면 지옥의 계단이 나오지만 숨을 가다듬고 살살 걸으면 또 리듬 타듯이 술술 올라가진다.

드디어 정상 도착!

정상이라 말하긴 민망하지만 정조가 화성을 오고 가다 들려 붓의 끝 모양과 같다고 필봉이라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먹는 사과는 맛없는 사과도 꿀을 바른 듯 맛있다.
정상에 올라가 팔각정을 바라보며 사과 딱 한 조각을 먹으면,
달콤한 과즙이 '퐝---' 터지며,
운동하느냐 힘들어 입술에 힘이 빠지면 과즙이 줄줄 흘릴 지경이다.
시원하고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렇게 사과를 먹으며 한 바퀴를 둘러보고 바로 내려온다.

땀이 식기 전에 그리고 주체할 시간이 없다. 집에 가서 빨리 씻고 밥 먹고 또 살림해야지~ 느슨해지고 늘어지면 다이어트의 적이다.


빨리빨리 움직여랏!
엉덩이 붙일 새가 없다!!!
어떻게 운동했는데 다시 지방으로 채울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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