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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원 Oct 19. 2023

2020년 가을, 땅 계약서를 쓰다.

시골땅에 대하여

브런치 가입하고 첫 글이다.

만 3년 전,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하던 때 급하게 땅을 샀다. 어려서부터 땅 욕심이 있어서 내 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쓰련다.) 그래서 그 욕심의 발로로 땅을 많이 가진 집의 아들과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돈을 벌어서 사지 않은 땅은 내 땅이 아니었다. 나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돈으로 땅을 사야 한다는 생각은 결혼 생활이 이어질수록 더욱더 강렬했다.(결혼해 본 자만이 아실만한 이유)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 낮잠을 재울 때였다. 불현듯 '땅을 사자.'라는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를 실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2천만 원? 마이너스 통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2천만 원이면 어느 땅을 살 수 있을까? 2019년, 당시 2천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땅들을 검색해 보았다. 왼손으로 아이 등을 토닥이며 오른손으로는 네이버 부동산으로 땅을 검색해 보았다.

내가 땅에 대해 아는 거라곤 뭐가 있을까? 엄마 친구분 내외와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면서 그 이모가 조언해 준 말씀이 생각났다.

"야야, 저런 절대농지는 절대 사면 안된데이. 상대농지를 사야한데이."

절대농지? 절대농지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절대농지는 오래전에 촌락의 땅을 구분 지어 놓은 용어였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농지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농지는 때에 따라 농지가 아닌 지목을 바꿔도 된다는 말인 것 같았다.

촌락의 땅은 크게 농업진흥구역과 농업진흥구역 밖의 토지로 구분한다. 농업진흥구역이 예전의 그 절대농지와 비슷한 용어이다. 농업진흥구역의 토지는 농지로만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다. 그 외의 토지는 계획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보호관리지역, 농업보호구역, 녹지보전지역 등으로 구분된다. 촌락에서 가장 비싼 토지는 계획관리지역이다. 이 사실도 아기를 재워놓고 인터넷으로 무한 검색을 하며 알게 되었다.

그다음으로는 지목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올라온 땅을 검색하다 보면. '전, 답, 과, 목, 임, 광'외에 다양하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또 한참을 인터넷에서 삽질하며 배웠다. 그중에 가장 비싼 땅은 '전'이었다. 밭 전. 밭으로 쓰는 땅은 돈이 덜 들고 위치도 좋다. 그래서 비싸다.

일례로, 양평에 리버뷰의 멋진 땅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왔다. 얼른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무실에 전화했다.

"사장님,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매물번호 0000 보러 갈 수 있을까요?"

"아, 그 땅은 임야라서 토목공사를 조금 해야 합니다."

"토목 공사요? 토목공사는 얼마 들어요?"

"1억 정도 듭니다."

"네? 땅이 1억인데, 토목공사가 1억 든다고요? 헉. 알겠습니다. 남편과 상의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임은 임야이다. 임야는 산을 깎아서 반듯하게 만들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비가 든다. 답은 논이다. 시골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논둑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논은 논둑 아래에 있다. 그리고 논농사를 지어서 땅이 촉촉이 젖어 있다. 그 땅에 논농사가 아닌 무언가를 하려면 성토를 무지막지하게 해야 하고, 집이라도 지으려면 단단하게 좋은 돌로 석축도 해야 한다. 그 비용도 1억이다.

논에 성토하고 석축 하는 돈도 기본 1억이요, 임야의 토목공사비도 1억이다. 그뿐인가? 더 어마어마한 돈이 앞으로 계속 들어간다. 나는 진정 몰랐네. 시골땅에 돈이 이렇게 들어갈 줄은. 그것도 돈의 단위가 다르다. 울타리만 해도 500만 원이 들었고, 조그만 땅에 잔디만 깔아도 300만 원은 거뜬하다. 나무하나 멋지게 심어놓아도 100만 원이다. 파고라 설치하는 것도 1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그것뿐인가? 처음 들어보는 세금은 왜 그리 많은가? 눈 뜨고 코 베인 세금을 생각하면 가끔 후회막급인 날들도 있다. 그 세금으로 치면 명품백이 몇 개겠냐? 시골땅을 짓고 제대로 된 가방이나 구두를 못 사봤다. 물론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방이나 신발은 나 하나 즐거우려고 돈을 들이는 거고, 시골땅은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추억이 서린 곳이라서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앗. 그 2천만 원의 땅은 당시에 소소하게 있었다. 주소를 얻어(주소를 얻는 방법도 알게 됨) 도로뷰로 땅 모양을 보았다. 정말 도로뷰만 보면 싼 이유가 바로 나온다. 바로 앞이 축사였다. 소들이 카메라를 보며 방긋 웃고 있다. 또 다른 땅은 바로 뒤에 철탑이 있었다. 전자파와 엄청난 전류가 흐르는 바로 그 아래 땅들도 싸다. 그 외에 농업진흥구역의 땅들도 있었고, 구입 후 어마무시한 돈들이 드는 땅들도 있었다.

이렇게 촌락에는 혐오시설들이 생각보다 많다. 저렴한 땅이 나와서 지도를 샅샅이 살펴보면 저렴한 이유를 알게 된다.

어느 날 너무나 멋진 전원주택단지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지도를 보고 남편과 당장 보러 가자고 했다. 그리고 땅의 주변을 낱낱이 살폈다. 땅을 소개한 중개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근처에 돼지축사가 있는 거 같은데요?"

"네. 근데, 냄새 안 나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시인하는 중개인들은 양반이다. 알게 모르게 속이는 중개인들도 있다.

땅 산 이야기, 땅을 못 산 이야기는 많다. 들어줄 사람만 있다면 밤새도록 털어놓고 싶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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