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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심 Dec 15. 2023

01.스물 아홉 끝에서, 창업

주황색 가게를 운영합니다.

스물 아홉 끝에서, 창업

주황색 센터를 운영합니다.

<주황색 가게를 운영합니다.>


 소위 말하는 내 거처럼 일하는 사람이었다. 방향을 점검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일을 잘하고 싶어서 단순하게 일을 많이 했다. 정신 차려보니 서른을 바라보고 있었고 직장 내에서 더 이상 올라가거나 할 직급이 없었다. 의미를 찾고 싶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렇다 할 돈도 크게 모아두지 않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친구들에 비해 뒤쳐진 것 같아 불안했다. 가진 건 나름의 오랜 경력과 동종업의 동료들보다 조금 나은 촬영, 포토샵, 마케팅 등의 실력이었다. 사실 이마저도 프리랜서로 작업을 조금 받아할 수준이었다. 한창의 치열한 고민으로 가시를 세우고 몇 개월을 보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우연히 여행 중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 모여 운영하는 가게를 들렀다. 즐거워 보였다. 내 머릿속의 가게는 '망하거나, 성공하거나.' 살벌한 선택지로 운영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본인들의 취향에 맞춰 꾸며낸 가게. 그 취향에 이끌려 방문해 준 사람들로 다채로웠고 그날의 날씨 덕분인지 유독 더 선선하고 행복해 보였다. 나의 가게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가진 돈과 여기저기 작게 만들어둔 적금들을 긁어모아보았다. 도대체 하루가 부족하게 일해놓고 돈은 다 어디다 쓴 건지 과거로 돌아가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다시 돈을 모으겠다고 일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이미 마음은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창업지원정책들을 찾아보았고 다행히 가능성이 조금 보이는 곳이 있었다. 당장에 신청양식을 한 달에 걸쳐 적어냈다. 태어나 처음 써보는 사업계획서였다.


 태어나 처음 도전해 보는 사업발표와 새로운 경험에 매일을 설레며 엉덩이 붙이고 앉아 열심히 준비했다. 서류를 통과했고 발표도 후회 없이하고 나와 좋은 결과가 있었다. 창업학교에 합격했다. 지원 사업 중 작은 사업에 속했지만 이 작은 성공이 너무 기분 좋아 눈물을 찔끔거렸다.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증명에 마음이 좋았다. 학창 시절 이랬으면 지금 무엇이라도 되었을 만큼 강의가 너무 재밌었다. 새로운 세상이 신기했고 아는 만큼 보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기간이었다. 발표한 사업의 종류는 고민 끝에 지금껏 해왔던 경력을 살려 피트니스센터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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