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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 Dec 03. 2023

아빠의 239일 다이어리

사랑해! 고마워!

아내의 임신소식은 저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었습니다.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기쁘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기분과 

똑같은 감정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리 행복이가 태어날 때까지 일기를 써 보는 것입니다.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부터 태어날 때까지 하루에 단 5분이라도 

행복이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하였습니다. 

손 글씨로 일기를 쓰기에는 글씨도 잘 못쓰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 메모장을 이용하였습니다. 

회사에 정시보다 조금은 일찍 출근해서 행복이에게 

일기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일기장에 쓰여 있는 한 가지 일기를 가져와 봤습니다.      

0000년 00월 00일 그토록 기다리던 행복이 만나는 날 

병원에 갔더니 우리 행복이 6주가 되었다고 하네. 

엄마는 행복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싶었나 봐. 

근데 우리 행복이가 아직은 작아서 못 듣는다는 말에 엄마가 조금 아쉬워하네. 

의사 선생님이 다음 주에 다시 한번 보자고 하셨어. 

그땐 엄마, 아빠에게 심장소리 들려줄 거지? 

다시 한 주가 길게 느껴지겠지만 우리 행복이 위해 한 주 꾹 참고 기다릴게^^     

이렇게 하루에 5줄 정도 일기를 쓰면서 행복이를 기다렸습니다. 


아빠만의 일기이니 아내에게도 비밀로 하고 혼자서 작성을 하였습니다. 

힘든 날은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즐거운 날은 즐겁다고 이야기하고, 

슬픈 날은 슬프다고 이야기하면서 행복이와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빠지지 않고 행복이가 태어나는 날까지 일기를 작성하였습니다. 

일기를 작성하면서 나중에 일기를 책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행복이가 나중에 커서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빠가 쓴 일기를 보면서 내가 배속에 있었을 때부터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었구나. 

느낀다면 더 이상에 바람은 없었습니다. 

10일, 100일, 200일이 지나면서 점점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일기를 쓴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하루에 5줄 쓰는 일기지만 그 시간을 따로 내서 무언가를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시작한 일기장이니 어떻게든 완성을 하고 싶은 게 목표였습니다. 

예정일보다 조금은 일찍 나온 행복이를 위해서 239일 동안 쓴 일기장을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일기를 그동안 쓴 것도 힘들었지만 

책으로 만드는 어려운 과제가 남았습니다. 

아내가 병원에서 3박 4일을 지내고 조리원에 들어갔습니다. 

2주 동안의 기가 동안 책을 만들고 다 완성시켜서 

아내가 조리원을 나오는 날 선물로 주고 싶었습니다. 


포토북을 만들어주는 업체에 연락해 보니 3~4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럼 10일 안에 책의 편집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면 조리원 가서 아내를 만나고 

아내가 필요한 것을 다 주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서 책 편집 작업을 하였습니다. 

10일 동안은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오직 포토북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였습니다. 

날짜에 맞게 행복이와 함께 여행을 갔으면 여행 사진도 넣고, 

초음파를 찍은 사진이 있으면 사진을 넣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들어 보는 포토북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오직 10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특히 두 번 있는 주말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에게 가야 하는데 강의가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작업을 하였습니다. 

행복이가 정말 보고 싶은데 이 책을 위해 꾹 참고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10일의 시간 동안 하루에 잠을 3~4시간 잠을 자고 

마지막 D-DAY날까지 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리고 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시간마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조리원을 나오기 전까지 집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전화를 해서 어떻게든 전날까지 도착을 시켜 달라고 부탁도 하였습니다. 

결국 조리원 나오기 전날 책이 도착하였습니다. 

미리 주문해 놓은 꽃과 책을 들고 조리원으로 갔습니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아내는 무슨 책인가 싶어서 

책을 펼치는 순간 눈물을 쏟았습니다. 

언제 이렇게 준비했는지 물어보며 대화를 하였습니다. 

포토북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아내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보다는 

우리 행복이가 컸을 때 내가 엄마 배속에서 어떻게 지냈고, 

엄마, 아빠의 기쁨을 남겨 놓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일기장을 자녀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지금도 거실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마지막 장 아이에게 쓰는 편지를 여기에 담아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내 딸에게

안녕 아빠야. 만나서 정말 반가워.

우리 행복이에게 처음 쓰는 편지네. 무엇보다 우리 행복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해. 

엄마랑 아빠에게 38주 4일간의 기다림과 설렘을 주어 정말 고마워.

엄마랑 아빠는 명동성당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했어.

그리고 우리 행복이가 엄마 생일 전날 엄마에게 큰 선물을 들고 우리에게 와 주었어.

의사 선생님이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마와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의사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계쏙 하며 기쁨을 느꼈단다.

우리 행복이가 생기고 나서 엄마랑 아빠는 좋은 곳을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 많은 곳을 여행 다녔어. 10주에는 아침고요수목원, 

11주에는 마재성지, 12주 장흥계곡, 14주 결혼기념일 및 행복이 기념 기부, 

17주 클래식 공연, 18주 엄마, 아빠 교육 (1), 20주 엄마, 아빠 교육 (2), 

21주 괌 태교여행, 22주 엄마, 아빠 교육 (3), 24주 파라다이스 온천, 

26주 무주 여행, 28주 평창 여행, 30주 만삭 촬영, 31주 남이섬 여행, 32주 산모교실 등 

우리 행복이와 함께한 38주 4일의 소중한 추억을 태교일기에 

담으며 엄마랑 아빠는 행복이와의 만남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어. 

아빠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엄마의 배를 만지며 하루 잘 보냈니? 

간강 하게 잘 있지? 하면서 안부를 전하고 엄마랑 아빠는 잠자기 전 

노래도 함께 불러주고 태교 동화를 읽어주면서 기다렸단다. 

초음파를 볼 때면 우리 행복이가 정말 많이 움직여서 

초음파 선생님이 애가 참 활발한 것 같아요. 그리고 때로는 아기가 참 귀엽네요. 

그리고 아기가 앞머리가 있네요.라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초음파가 끝나면 

다음 초음파 진료일까지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어.

우리 행복이가 생긴 첫날부터 우리 행복이가 태어난 날까지 매일매일 기도를 했어.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엄마랑 둘이서 말이지. 

엄마랑 아빠는 우리 행복이가 사랑을 많이 받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주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랄게. 

사랑에 대해서는 엄마랑 아빠가 많이 알려 줄게. 

엄마랑 결혼을 하고 이렇게 행복이가 태어나서 아빠는 하루하루가 행복해. 

어제는 주민센터에 가서 출생신고를 했어. 기분이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어. 

그만큼 아빠의 책임감은 더 커지겠지만 그래도 아빠는 정말 기쁘다. 

행복아 하루하루 정말 건강하게 지내줘서 고맙고 우리 행복이가 커서 

이 일기를 읽는 그날을 기다리며 아빠는 이만 편지를 줄일게. 

오늘은 원래 리나가 태어나기로 했던 예정일에 아빠의 일기장이 완성되어 참 기쁘다. 

엄마랑 아빠에게 와줘서 고맙고 아주 많이 사랑해. 

-아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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