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 속에서 뒤죽박죽으로 기록된 일상들
나의 꿈과 나의 목표가 사라졌다.
삶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뭘 해야 할까?
22. 7. 27
상실감이 너무도 크다. 가슴이 텅 비어버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을 것 같다. 집사람이 슬퍼할까 봐 슬비 방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해일처럼 갑자기 다가왔던 슬픔과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파도처럼 끊임없이 다가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슬비의 빈자리와 슬픔은 커져간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또 한없는 슬픔에 잠긴다. 새벽이 되면 그 슬픔은 배가된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시 후면 또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들과 부대껴야 한다. 출근길, 퇴근길에도 눈물을 흘린다. 어제는 출근길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지금도 울고 있다.
슬비를 기억하려 글을 쓰고 싶지만 도저히 시작할 자신이 없다. 우리 슬비가 하늘에서 편안히 행복하길 바라며 울어주는 것 밖에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의 하늘은 무너지고 없지만 슬비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오늘도 나의 자랑이자 모든 것인 내 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가식적인 웃음을 얼굴에 드리우고 사람들 앞으로 나선다. 어떤 의미도 어떤 보람도 없다.
나의 하늘은 이미 무너졌고 삶의 의지는 꺾였다. 내 인생의 시계는 멈췄고 지금의 삶은 의미 없는 시간들의 나열일 뿐이다.
인생 참 덧없다.
22. 07. 29
슬비의 블로그에 투병수기를 사진들과 함께 올렸다. 슬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우리 가족은 비밀번호를 어느 정도 공유하기에 슬비의 핸드폰, 아이패드, 노트북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슬비가 남긴 흔적들을 어려움 없이 공유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요즘은 각종 사이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동 저장 기능이 있어 슬비의 블로그에 로그인할 수 있었다.
슬비는 마지막 블로그를 포스팅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슬비의 마지막 블로그는 내가 포스팅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슬비 마지막 가는 길에 슬비가 겪었던 힘든 과정을 적은 수기지만 친구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고 포스팅을 했다. 많은 친구들이 위로의 글을 써줬다. 슬비를 잘 알지 못하는 또래의 친구들도 위로의 글들을 써줬다. 그 댓글들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사무치게 슬비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슬비의 빈자리는 시간이 흐르면 줄어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슬비를 향한 그리움은 1분 1초마다 조금씩 커져간다. 슬비를 영원히 볼 수 없고 슬비를 영원히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한없이 꺼지며 감당 못할 슬픔과 허전함이 몰려든다. 눈물이 마르는 것은 슬픔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슬비에 대한 미련이 사라져 슬픔을 포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슬비에 대한 미련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기에 한없이 슬퍼하고 눈물을 흘린다.
아빠에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 같은 딸이었고, 그 어느 기둥보다 튼튼했던 버팀목이었다. 내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이유였기에 더욱 큰 미련이 남는다. 슬비와 함께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함께 할 수 없고, 슬비에게 줄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줄 수가 없다. 가진 것이 부족해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음이 너무도 아쉽다. 이제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영원히 가질 수 없음을 아는 순간 남은 것은 과거에 대한 회한뿐이다. 우리는 이제 미래가 없어졌기에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야 한다. 내 머릿속의 기억을 통째로 도려내지 않는 한 나의 멈춰버린 기억 속의 단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미래가 없는 삶에 의미가 있을까?
과거에 갇혀버린 삶에 의미가 있을까?
오늘도 의미 없는 시간들의 나열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단지 슬비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기 위해 살아갈 뿐이다.
22. 7. 31
오늘도 슬비의 짐들을 정리한다. 슬비가 쓰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휴지조각하나 버리지 않았었다.
어제 슬비 책상을 정리하면서 슬비를 가슴에 품으려면 슬비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방을 정리해 옷방으로 만들고 내 짐들을 정리해 슬비 방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슬비의 물건을 정리하기보다는 내 물건들을 정리하고 슬비방으로 들어가 슬비의 흔적들을 눈과 마음에 새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슬비를 마음속에 묻고 살아가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거나 사람마다 다른 게 아닌가 싶다. 잊을 거면 기일은 왜 있고 기념일은 왜 만드나? 산 사람들 만의 특권인가? 나는 슬비를 영원히 기억하고 영원히 보살펴야 한다. 슬비는 내 삶의 유일한 이유, 희망, 목표, 기둥이었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사라졌는데 잊으라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슬비는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으니 나는 슬비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슬비가 우리 곁을 떠난 순간 우리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추억의 시간뿐이다. 우리에게 시간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기에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슬비와 함께 살아가면서 반성하고 뉘우치고 깨달아가는 과정이 남아 있는 걸까?
어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