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이 가장 고민이 많다. '아휴, 이번주는 도저히 못 쓰겠다. 쉰다고 해야지'라고 생각은 하면서 손으로는 휴대폰을 쥐고 몇 문장끄적댄다.혹시나 글이 완성이 되면 발행할 수도 있지만 잘 안될 경우엔 그냥낙서장으로 끝내자,하고 말았는데 예상보다수월하게 글이 완성되면 흐뭇한 마음으로 발행버튼을 꾹 누른다.발행하고 나면어라, 일 년묵은 때를 벗겨낸 듯 그렇게 마음이 상쾌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글을발행한주말은 오랫동안 끙끙 앓던 이를 뽑은 듯,한쪽에 미뤄뒀던 골치 아픈 숙제를 다끝낸 듯홀가분하게보낼 수 있다.
그러다 새로운주가시작되면그 주 화요일 저녁부터 또 슬슬불안함이 밀려온다. 글을 발행하는 날이 곧 다가오는구나. 근데 완성된 글이 없는데 어쩌지, 이번주는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서 글감도 기억이 안 나는데 큰일이군.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압박감에 못 이겨서랍 속에 저장해 두었던흔적들을뒤적이며 조금 퇴고해 발행 글로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아니면 글감이 될만한 것들의급조를위해 두뇌를 풀가동하며 눈을 데굴데굴 굴려보고, 입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그동안의 상황들을 되짚어본다. 운 좋게 생각이 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다다다 글이 술술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딱히 뭐가 없으면 열심히 쥐어짜야 한다. 주제도 없는데 제목만 그럴듯하게 써놓고는 깜빡이는 커서만 몇 분째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글을 매주 쓰라고 하지 않았고 안 쓰면 큰 벌을 준다 한 것도 아니며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결심과 의지로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뿐인데한 주 안 쓰면 어때서 왜 이리도 글 발행 하는 것에안절부절못하는 걸까. 아님 말고 정신도 모르는가?
과거에 남편에게 꼰대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20대 연애시절부터 나에게 꼰대, 고지식하다란 말을 많이 했던 남편 본인도 내가 보기엔 그다지 안 꼰대가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이 썩 좋지는않았다. 궁금해서 고지식하다의 뜻을 찾아보니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 융통성이 없다'라고 한다. 어, 이거 20,30대의 난데. 꼰대라는 말은 어감상 그냥 듣기가 싫은데 고지식하다란 말은 날 꽤나잘 설명하던 단어 같아 그다지 듣기 싫지는 않다. 내 성격이 아주 대쪽 같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닌 건 진짜 아니고 싫고 좋음을 못 숨기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고 하고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말을 못 참아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면 분개하곤 했다. 다혈질은 아니지만 나와 생각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도 너그러이 볼 줄 아는 마음이부족했고모 아니면 도의 느낌이 강했다.
결혼하고도 똑같았는데 아이를 낳으니 융통성이란 게 저절로 생겨났다. 내 고집만 부렸다가는 자기 멋대로인 야생마 같은 어린 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잘 기를 수 없기에 나도 커다란 마음씨가 되어 웬만한 것들은 품고 이해할 줄 아는 넉넉함과 상황상황에맞는 적절한대처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연함이 생겼고아니다 싶음 그냥툭 부러져버리는 나무토막에서 이리저리 잘 휘는 고무재질의 성향이 되었고, 자연스레 남편도 꼰대라는 단어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예전에 동네 언니가 벨라는 어느 상황에서든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항상 열린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하는 여유로운 태도가 참보기 좋다고 한 적이 있었다. 오, 내가 이런 말을 다 듣다니 아이가 날 진정 성숙하게 만들어주었구나,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읽어온 책들도 나를 성장시킨 게 분명하구나, 란기쁨에흐뭇한 감정이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글 발행에 있어서는 이런 융통성과 여유로움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근데 지금알아낸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라는 걸. 글을 통해 사랑받고 공감받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그걸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때문이라는 걸. 그래서 어떻게든 글을 발행하고 또 한 주를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어서한 주쉬어가는 일이 그리도 불안했다는 것을. 내가 글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글쓰기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결국오늘의 고민도 이글을 쓰며해결됐으니 글쓰기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초능력을 지닌 걸까. 애증인지 애정인지 모를 매력적인 요 맹랑한글쓰기 같으니라고.아무튼 널 사랑하고 있음은 오늘 더 분명해진 것 같다.매주 밀당하면서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