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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May 01. 2024

넌 is 뭔들

아들이 부러운 엄마

"형아, 나 좀 바꿔줘. 나 엄마한테 할 얘기 있단 말이야."


오늘도 서로의 일상을 들어주느라 핸드폰이 뜨겁다. 전화하기 바쁘게 등교하는 순간부터 전화받기 직전까지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느라 바쁜 녀석들이다. 본래 남자란 존재는 말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 녀석들이 정말 사춘기가 오면 말 한마디 안 하고 방에만 있을지 의문이다. (내심 그러길 바라고 있다.)


"2호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신났어?"

"엄마, 내가 오늘 00랑 같이 놀았거든? 뭐 하고 놀았냐면.. 우리 집 앞에 새로 생긴 뽑기 있잖아.

 그거 했는데 내가 뭐 뽑았는지 알아? 엄마가 알면 깜짝 놀랄걸? 나 무선 이어폰 뽑았어. 천 원으로.

 대단하지? 다음에는 엄마거 셀카봉도 되고 삼각대도 되는 거 뽑아줄게."

뽑기 기계 안에 딱 하나 있는 제일 고가의 (중국제품) 무선 이어폰을 단 두 번만에 뽑다니 놀랍기는 하다.

왜 이런 행운은 매번 2호에게만 오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2호의 첫 번째 행운은 유치원이었다. 당시 '숲 체험'이 유행이라서 숲을 테마로 한 유치원의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입학 1순위 아이들이 신입생을 채우고 남은 자리는 딱 1자리였다. 맞벌이 자격으로 다음 순위였던 2호는 경쟁률이 7:1이었는데 추첨으로 남은 한자리를 꿰찼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40 평생 없었던 당첨이라는 걸 처음 해 보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2호의 인생에는 행운이 늘 따라다녔다. 휴게소에서 인형 뽑기를 해도 단 한 번에 커다란 인형을 획득했고, 지난 방과 후 체육에서는 지원학생 과밀로 추첨을 하였는데 역시나 당첨되어 지금까지 매주 즐겁게 운동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 년 담임선생님도 2호와 결이 맞는 선생님을 만나는 건 기본이오, 과학 실험 대회 나 독후감 대회도 어쩌다 한 번 나가면 지원자가 없어 상장을 긴장감 하나 없이 바로 받아왔다. 주짓수 대회에서도 첫 경기에서 졌서 탈락했는데도 저학년 지원자가 4명밖에 되지 않아 동메달을 따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런 행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다 보니 내심 기대도 하게 되고, 은근히 욕심도 생긴다. 평소에 하지도 않던 로또나 아파트 분양에 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찍어주는 대로 몇 번 해보았지만, 아이의 행운은 자기 자신밖에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남편도, 나도 공짜라는 건 팔자에 없는 사람이라 우리의 기가 더 센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아이는 행운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뭐만 하면 척척 되는 2호가 그의 친구들만큼이나 나도 질투가 난다. 아니, 그의 행운의 기운이 다시 살아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 만큼 행운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다.


근로자의 날이라 모처럼 쉬는 오늘,  아이가 하교하면 손 꼭 잡고 함께 연금복권이나 사러 가야겠다.

나의 믿음이. 그의 행운이 오늘까지만이라도 유효하길...나무아미타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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