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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Oct 08. 2024

앞자리가 4로 바뀐다는 건

따뜻한 아메리카노

앞자리가 4로 바뀐다는 것은 온몸이 아프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제 마흔이 된 S와 마흔하나 인 R 그리고 나. 40대 초 여자 셋이서 따뜻한 커피를 시키고 앉아 커피를 바라보며 나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 작년만 해도 얼죽아였는데..."

"찬 거 먹으면 추워. 따뜻한 거 먹어야지."

"맞아. 이젠 따뜻한 게 좋더라."

"우리 진짜 늙었나 봐. 크크큭"


유치원 버스에 아이들은 태워 보내고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 하며 헤어지던 등원팸이었던 우리들이 어느 덧 중학교 지원서를 받아 들고 교복을 언제 사러 가네, 어느 중학교가 낫네를 따지고 있으니 시간이 흐르긴 많이 흘렀나 보다. 애들을 그새 많이 자라서 고백도 받고, 메이커도 찾고, 여드름도 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미가 생겼고, 각종 질병진단을 받고, 진찰 후 약을 받아오기 바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간인데 이 시간들을 받아들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내가 생각했던 40대는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40대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여유로움이 온몸에서 느껴지고 머리에 뽕이 심하게 들어간 숏컷 혹은 단발에 뾰족구두와 디자이너 혹은 명품백을 들고 제네시스 이상급의 차는 몰고 다니는 지적이고 우아한 여자였다. 그러나 현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성하지 않은 곳이 없어 오늘은 신경과, 내일은 치과 모레는 내과 병원을 다니느라 바쁘다. 외모는 또 어떤가. 미혼일 때보다 30KG이나 찐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다리로 어그적 어그적 돌아다니며 굽은 어깨로 노안이 와서 뱅글뱅글 안경을 쓰고 무거운 가방 싫다며 잡다한 것 마구마구 담을 수 있는 에코백 하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모습이다. 2~30대가 그러면 빈티지스럽고 특유의 멋이라도 있어 보이지 40대가 이러하니 애처로운 노인초보 같다. 젊었을 때 너무 몸을 막썼나 싶기도 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몸관리를 잘했을 것 같지도 않고...


서로 옛날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커피잔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


커피잔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다, 어느새 서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우리 나름 잘 버티고 있는 거 아니야?”

“맞아. 어릴 땐 그냥 젊다는 이유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걸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까.”

“그리고 생각해 보면 우리 너무 대단하지 않아? 아이들 키우고, 일도 하고, 자기 삶도 챙기고.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거야.”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조금씩 여기저기 아프고, 외모도 변해가지만 그만큼 더 깊이 있고 따뜻해진 마음을 느끼며, 우리는 커피잔을 다시 들었다.

그렇게 어느새 조금 더 익숙해진 40대의 삶을 오늘도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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