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아니라 컨설팅을 받은 느낌이었다.
지난해 12월 말이 마지막 면접이었으니, 거의 세 달 만의 면접이었다. 그동안 20번 가까이 면접을 보았지만, 여전히 면접은 떨린다. 보통 다대다 면접이라 내게만 집중되는 순간이 적었는데, 이번에는 1:다 면접, 그것도 대표님이 포함된 면접이었다. 면접관분들은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말을 듣게 된 순간부터 긴장감이 확 올라갔다.
면접이 시작되고 자기소개를 하려는 순간, 몸에서부터 긴장이 올라왔다. 전날 했던 하체 운동 때문인지, 회사까지 오르는 경사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면접 때문인지, 대표님이 참석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허벅지에서 시작된 떨림이 가슴을 지나 얼굴까지 올라왔다.
결국, 중간에 자기소개를 절고 말았다. 머리가 하얘졌고, 준비했던 문장이 헝클어졌다. 하지만 면접관님들이 긴장하지 말라며 한 템포 쉬어갈 시간을 주셨고, 그 덕분에 숨을 고르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대표님께서는 나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지금까지의 회사들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제출만 해왔지 내게 설명을 요구했던 회사들이 없었기에 더욱 긴장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했던 프로젝트나 경험에 대해서는 잘 잊지 않는 편이었고, 아침 9시에 학원에 출근해서 매일 00시 학원문을 닫고 나올 정도로 프로젝트에 열심히 하였기 때문에, 내가 했던 파트와 고민들 그리고 팀원들 간의 소통했던 부분까지 사소한 부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고 광고 세팅했던 날의 이슈와 왜 이러한 고민과 가설을 세워 광고를 집행하게 되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면접 전마다 조금씩 기억을 되새겼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광고를 돌리고 나서의 결과, 왜 이러한 광고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면접에서 큰 약점이 되었다. 학원에서 정해준 대로, 만들어준 대로 길 위로만 걸어갔던 건 아닐까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내가 너무 편하게만 생각했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 설명이 끝난 후, 면접관님들은 나를 바라보며 고민하는 듯했다. 나의 답변이나 이력서 그리고 자기소개서까지 마케팅 교육학원을 다녔던 여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큰 메리트나 차별점이 없다고 면접관분들은 느꼈던 것 같다.
"음… 바리스타 경험이 꽤 길다고 했죠?"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제품 개발과 매출 향상에 기여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나요?"
그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면접관분들이 찾았던 내가 남들과 다른 차별점은 3년 6개월간의 바리스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전에 취미가 맛집이나 카페를 탐방하는 것이 제 취미였습니다. 코로나가 막 끝났던 시점이었는데, 그 당시 많은 카페와 브랜드에서 생크림을 활용한 크림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메뉴 패턴을 분석해 크림 라떼제품을 만들었고, 고객님들에게 시음하면서 호응도를 체크해서 제품을 출시하였고 이를 포스터로 만들어 제품의 매출을 높였습니다."
그런데 면접관님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아 그러니까 포스터를 만들었다는 거죠?"
조금은 아쉽다는 표정. 뭔가 강렬한 한방이 없는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경험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 반응을 들었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것 같았다.
다른 면접관님께서 강점과 단점을 물어보셨다.
내가 답변한 나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함’이다.
반복적인 일이더라도 나는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몰입하는 편이다. 남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일도 나름의 의미를 찾으며 꾸준히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단점은 발표나 프레젠테이션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긴장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특히, 면접과 같은 자리에서는 더 긴장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내 생각을 나누거나 가벼운 토론에서는 부담 없이 대화를 이어가지만, 면접은 결국 나를 셀링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해지고,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느끼는 건지 그로 인해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
헬스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70kg이 넘던 몸무게를 감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꾸준한 운동을 통해 10kg 이상 감량했고, 이제는 빈 봉도 무겁게 느껴졌던 몸이 3대 200kg을 들 수 있는 몸으로 변화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끈기와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외국인 손님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또한, 내향적인 성격을 조금 더 외향적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이후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단어 몇 개로 사람들이 말하는 문장의 뜻을 제대로 유추하기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고 책을 읽다 보니, 점점 문장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생겼고, 1년이 지나면서는 어느 정도는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후 문법과 리스닝 실력을 더 보완하기 위해 '말해보카' 영어 공부 앱을 활용하며 2023년 12월 3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해내며, 작은 변화가 쌓여 큰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면접에서 내가 갑자기 긴장이 풀린 순간이 있었다. 바로 대표님이 내 브런치 글을 읽어보셨다고 말씀하셨을 때였다. 자기소개서에 브런치 주소를 등록하긴 했지만, 솔직히 실제로 읽어볼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포트폴리오에 브런치 글을 일부 포함하는 방식으로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직접 글을 읽고 언급해 주셨다는 사실에 예상보다 더 놀랐다.
내 글을 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은 내 생각을, 내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비밀을 공유한 사람과 같은 친밀감이 생겼고, 그 순간부터 면접 내내 대표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거의 컨설팅을 해주셨는데, 타 학원생들에 비해서 차별점이 부족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 것 같고 믿음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 단순한 결과만이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고민도 담아보면 좋겠다. 는 말씀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장은 다들 쓰는 표현이라 너무 상투적이니, 너만의 언어로 바꿔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녹아있는 너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소서에 녹아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많은 피드백을 해주셨다.
그리고 면접 내내 느꼈다. 대표님은 분명 나를 꽤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친구는 뭔가 잠재력이 있는데, 자기 자신을 100% 믿지 못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대표님은 마치 아기새를 바라보는 어미새처럼, 내가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피드백을 주셨다. 면접장에서 이렇게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경험이 처음이라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많은 힌트와 도움을 받았음에도, 내가 내 강점을 더 확신 있게 어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질문할 것이 없냐는 면접관님의 말씀에
"제가 팀원으로 일하게 되면 어떤 분들과 함께하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내향적인 성향이지만 주변에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그들의 직설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방식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것이 결국은 그들만의 애정 표현 방식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과는 조금 더 천천히 친해지는 과정이 서로에게 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팀원분들의 성향이 어떤 편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신입으로서 필요한 자세나 미리 공부해야 할 것이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냥 자신감을 좀 더 가지면 좋겠다고 답변해 주셔서, 오늘도 나는 어딘가 겁쟁이 같은 모습으로 면접을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첫 번째 고민 : 대화가 너무 하고 싶어요.
한 분은 육아로 인해 지쳐서 대화가 너무 하고 싶다고 하셨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분은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나는 자녀분이 몇 개월이나 되었을지 궁금했지만 흐름상 물어보진 못했다.
두 번째 고민 : 나이가 들수록 기술 습득이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또 다른 고민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우리가 부모님 세대가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듯, 그분도 나이가 들면서 어떤 분야에서는 적응이 쉽지 않다고 느끼시는 듯했다. 그 고민 자체가 나는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으며 배우려고 하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고민 : 여유가 없어서 자신을 잘 못 챙기는 것 같아요.
다른 분은 "요즘 들어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고민은 나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오랫동안 해왔던 고민이기도 했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점점 후순위로 밀리는 느낌. 올해 초 학원 사람들끼리 스키장을 다녀오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라 마음 편히 놀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다.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즐거운 경험을 포기했던 순간이었다. 그분도 아마 나와 비슷한 이유에서 그런 고민을 하고 계셨을 것 같다. 여유라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낸다’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개인이 처한 환경과 연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네 번째 고민 :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더 키우고 싶어요.
다른 분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더 키우고 싶다."라고 하셨다. 그분은 면접 초반에 굉장히 출근을 일찍 하시는 편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추면서 시간 관리를 연습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스킬.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보통 좋은 리스너로 불리는 편이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답변을 들으면서 꼬리 질문을 이어가며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스타일. 그래서 대화가 많은 사람과 함께하면 좋은 시너지가 나지만, 서로 말이 적은 경우에는 대화가 끊길 때가 있어 나도 고민이 많다.
특히, 나보다 더 내향적인 사람을 만나면 내가 자연스럽게 MC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에너지 소모가 크다. 이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대화법을 찾고 싶다.
마지막 고민 : 좋은 사람들과 오래 함께 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털어놓은 고민은 "이 좋은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을까?"였다. 정말 대표님 다운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해결책은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좋은 대우를 받더라도, 그 사람이 심리적 여유가 없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면 퇴사를 막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가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방법은 어떨까? 운동이나 스포츠 같은 활동을 권장하면 더 좋은 정신이 깃드는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동기 부여를 시켜주는 것.
성장이 최우선이 사람에게는 성장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경험을, 조금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안정성을 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동기를 채워주면 관계를 좀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충족될 때 관계도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면접은 느낌이 좋다. 대표님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도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내가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물론 나보다 더 좋은 경쟁자가 있다면, 나는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꾸준한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이 내 인생의 저점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한 사람은 결국에는 큰사람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저점매수할 기회는 흔치 않다. 그 기회를 잡을 사람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