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장 – DNA 바깥의 것들
〈세 번째 장 – DNA 바깥의 것들〉
유전자는 나를 설명한다.
눈동자의 색, 뼈의 길이,
병에 걸릴 확률까지 차갑게 계산한다.
하지만 그 수치들은
내가 웃는 이유를 말해주지 못한다.
눈물이 넘칠 때의 떨림,
누군가를 향해 팔을 벌리는 습관—
혈액 표의 서열에서 찾을 수 없는 것들.
완벽한 코드가 미래를 대행하던 세계에서
결함은 곧 한계였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수치로는 불가능한 일을
몸과 마음이 해내는 순간들을.
DNA는 지도를 준다.
그러나 길을 걸을지, 멈출지,
때로는 길을 벗어날지는
다른 힘이 결정한다.
나는 그것을 의지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