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씨앗과 심장사이

다섯 번째 장 – 첫 번째 수치

by 리디아 MJ


〈다섯 번째 장 – 첫 번째 수치〉

통과의례처럼 반복되는 검사,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숫자들이

모니터 위에서 나를 대신 말했다.

그 아래, 세포들은

아무 소리 없이 전쟁을 치렀다.

겉모습에 쏟아부은 정성만큼

속생명에 닿지 못했던 손길—

그 바닥이 이제야 드러난다.

숫자들이 내 존재를 규정하고

의지를 꺾는 소음이 된다.

붉게 점멸하는 경고등,

분주해진 하얀 가운의 행렬,

그리고 지팡이를 휘감은 뱀—

아스클레오피스가 묻는다.

가치의 자리는

정말 이 수치 위에 있어야 하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