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장 – 첫 번째 수치
〈다섯 번째 장 – 첫 번째 수치〉
통과의례처럼 반복되는 검사,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숫자들이
모니터 위에서 나를 대신 말했다.
그 아래, 세포들은
아무 소리 없이 전쟁을 치렀다.
겉모습에 쏟아부은 정성만큼
속생명에 닿지 못했던 손길—
그 바닥이 이제야 드러난다.
숫자들이 내 존재를 규정하고
의지를 꺾는 소음이 된다.
붉게 점멸하는 경고등,
분주해진 하얀 가운의 행렬,
그리고 지팡이를 휘감은 뱀—
아스클레오피스가 묻는다.
가치의 자리는
정말 이 수치 위에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