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장 – 가능성이라는 단어의 무게〉
그들은 말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말은 한 손에는 봄을,
다른 손에는 무게추를 쥐여 주었다.
설계도 속에서는
가능성마저 비율과 확률로 환산된다.
높을수록 기대는 커지고,
낮을수록 시선은 멀어진다.
나는 한쪽 구석에서
그 단어를 오래 굴려 보았다.
빛처럼 반짝이다가도
갑자기 납처럼 가라앉는 말.
문을 여는 열쇠이면서,
닫힌 문을 재확인시키는 표식.
결국 그 가능성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수치가 아니라 심장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 심장이 가리키는 쪽으로
한 발 더 기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