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가족과 철원 여행을 했다. 강원도에 살면서 철원은 처음 가봤다. 집에서 철원가는 길은 고불고불한 산길을 수없이 건너야만 했다. 가는 길이 벌써 어지러웠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안보견학이라는 테마를 계획해서 떠난 여행이었다. 철원은 어떤 곳일까.
미리 찾아본 곳으로는 DMZ두루미 평화타운에 가면 3시간 정도 소요되는 DMZ 투어가 있다고 해서 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평일 오전 일찍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우리까지 6팀 정도 있었다.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서는 출발 전 간단한 규칙과 코스 설명을 해주시고, 안내하는 차량을 각자 따라가면 되었다. 우리는 앞차를 따라 줄지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갔다. 민통선 안에는 끝없이 펼쳐진 논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철원평야를 직접 눈으로 마주했다.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평야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넓은 땅에서 쌀이 나오는 구나하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곳은 민간인 통제 구역이므로 유해시설이 없어서 깨끗한 환경에서 농사를 지어 밥맛이 좋다고 하셨다. 민통선 안에서는 군인과 평화타운 관계자외의 사람들은 본 적이 없는데 아마도 농사철이 아니라 그런것은 아닐가 생각이 들었다. 철원 시내에 있다가 민통선 안으로 들어오니 한없이 조용하고,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민통선안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견학한 곳은 제2땅굴이었다. 땅굴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 지역에 있는지, 몇 개나 있는지 등 자세한 것들은 몰랐는데 해설사님의 설명을 듣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땅굴은 연천, 철원, 파주, 양구 4곳이었고, 그 중 연천을 제외한 3곳이 일반인 관람을 허용한다고 했다. 이 땅굴에 대해서 설명하시면서 이 땅굴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왜 남침이라는 증거인지, 땅굴을 수색하다가 사고로 전사하신 전사자님들에 대한 설명도 처음 듣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그냥 왔다갔다만 하면 산책이나 다름없었을 것을 해설사님의 해설을 듣고 출발하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것저것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땅굴은 동굴이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동굴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일단 들어가는 입구부터 축축하면서 습한 냄새가 났다. 들어가면 갈수록 낮아져서 허리를 숙이고 다녀야 했다. 왜 안전모를 써야 하는지 알거 같았다. 나도 몇 번이나 부딪쳤다. 제2땅굴 출발점에서 북한까지는 800m정도 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500m정도까지 관람이 가능했다. 땅속으로나마 비무장지대를 걸은 셈이었다. 북한군은 이 땅굴을 파면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안전하게 개방된 땅굴을 걷는 나도 공기가 탁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북한군은 어떤 공격을 위해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땅굴을 팠는지 모를일이었다.
제2땅굴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평화전망대로 향했다. 고성과 파주에도 있는 통일전망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고성과 파주보다 철원이 평야지대라서 더 탁트인 시야로 북한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 있는 디지털 망원경으로 확대하면 북한 인공기도 보이고, 초소도 보이고, 북한군도 보였다. 처음 보는 북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잘 보이는 이유가 철원이 평야지대이기 때문에 나무에 가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까봐 비무장지대에 일부러 산불을 내기도 한단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경계하며 있는 군인의 모습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경계를 서고 있는데, 아들이 성인이 될 10여년 이후도 적군을 바라보며 경계를 서고 있을까 아니면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을까.
전망대에서 저 멀리 북한을 바라보고 전시관으로 이동해서 백마고지, 피의 능선, 김일성고지 등 전쟁 전시를 보았다. 지금은 비무장지대가 총소리없는 평화로운 상태처럼 보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며 얼마나 쏘았으면 피의 능선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이후로 월정리역까지 보고 DMZ 투어가 끝났다.
사실 우리는 군인가족이다. 군인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보견학을 하고 나면 더 의미를 다지게 된다. 매일 출근하는 부대에서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군인임에도 적군이 이렇게 바로 앞에 있는 모습을 본다거나, 땅굴을 통해서나마 비무장지대를 밟아보는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안보의식을 한 층 더 단단히 쌓아갈 수 있는 기회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임을 다시 한 번 더 새길 수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한국전쟁이 어떤 전쟁이었는지, 그로인해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금 북한과 우리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며 살아있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안보견학을 마치며 전쟁이나 분쟁이 없는 평화로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