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는 핑계
나는 평범한 30대 중반 아줌마다.
훌륭한 남편을 둔 덕분에 외벌이고, 결혼을 일찍 한 덕분에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생이다.
오전 6시 30분, 가장 먼저 잠드는 작은 딸이 가장 먼저 잠에서 깬다. 핸드폰을 볼까 눈을 부비적 거리던 엄마는 작은딸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딸은 가장 아끼는 인형과 작은 담요를 가지고 내 옆으로 온다. 작은 몸의 딸을 힘껏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다. 잠에서 덜 깬 딸도 핸드폰 안의 세상이 궁금한 엄마도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전 날 늦게 일어난 아들은 곧이어 일어난다. 회식으로 과음한 남편도 건너편 방에서 화장실가는 소리가 들린다. 모든 가족이 일어나면 엄마인 나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간다. 아침엔 빵을 주식으로 하기로 결정했기에 빵 메뉴로 차린다. 오늘은 뉴욕식 핫도그와 에그마요모닝빵이다. 매일 베이글에 크림치즈만 줄 수는 없기에 빵 메뉴도 다양하게 바꿔본다. 에그마요 샐러드는 전날 미리 준비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덕분에 모닝빵만 반을 갈라 속을 채워주고, 뉴욕식 핫도그는 소세지를 뜨거운 물에 데쳐 첨가물을 빼준 후 핫도그번에 넣고, 허니머스타드와 이자벨레터스를 넣어 완성한다. 온 가족이 앉아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자마자 정신 없는 시간이다. 아침을 먹으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7시 30분, 양치와 등교준비. 아침을 먹은 아이들은 양치와 옷을 갈아입는다. 양치와 등교준비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금방 끝낼 수 있을 거 같은 일인데, 양치하는 시간에도 손에는 색종이를 만지고 있기 때문에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줘야 겨우 끝낼 수 있다. 등교준비를 마치면 5학년인 아들은 영어읽기와 컴퓨터 타자연습을 한다. 엄마표 영어덕분에 아이가 원서를 읽는다. 영어학원 한 번 안보내고 영어 원서를 읽는 것은 나와 아들이 그토록 노력했던 최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초3인 딸은 그때그때 다르다. 어느날은 연산 문제집을 풀기도 하고, 어느날은 오빠처럼 원서를 읽는다. 그리고 오빠와 경쟁하듯하는 한글과 영어 타자연습을 한번씩 하고 있으면 난 출근 준비를 한다. 출근 준비라고 거창할 것은 없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선크림 급하게 바르고 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8시 25분 아이들 등교시작. 나는 중학교 시간강사다. 매일 출근하는 교사가 아니라 주5일 2~3시간씩만 근무한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교까지 가는 길엔 신호등 없는 사거리가 있다. 아이들 등교시간엔 경찰관도 있고, 등교시켜주는 엄마들도 있어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항상 사거리는 건너서 헤어진다. 사거리를 건너면 아이들은 아이들의 친구들을 만나서 걸어간다. 가끔씩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를 위해 손을 한 번 씩 흔들어주기도 한다. 이 때부터 나는 주차장으로 걸어가서 출근을 한다.
9시 10분 1교시 시작. 시간강사인 나는 교사가 아니기에 교무실 한 쪽 구석에 있다가 수업을 하러 간다. 중학생인 아이들을 바라보며 수업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호흡이 착착 맞는 반은 수월하게 수업이 흘러가지만, 근황을 묻는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반은 수업이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분 수업은 두 번이나 흘러 나는 퇴근시간이 되어 집으로 다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