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강사로 학교에서 근무한다. 보통은 2~3교시 수업을 하고 퇴근을 한다. 수업시간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다른 교사들처럼 일찍 갈 필요도 없고, 수업이 끝났는데 늦게 퇴근할 이유도 없다. 정해진 수업 시간에 늦지 않으면 된다. 내 시간표는 오전에 짜여있다. 올해 1학기는 월화수는 1~2교시, 목금은 1~3교시. 12시 이전엔 퇴근할 수 있다. 9시에 출근해서 12시에 퇴근하는 삶이란 어떨까.
시간강사 첫 해는 수업을 1~4교시까지 꽉 차 있는 편이었는데 4교시 내내 똑같은 수업을 반복해서 하고 오면, 다리가 후들거리며 입을 열기조차 싫어졌었다. 첫 해라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을 테고, 오전 내내 수업하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었다. 실제로 교사들은 연달아서 4교시를 수업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시간강사는 수업을 중간에 쉰다고 해서 그 시간도 강사비를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연달아서 수업을 쫙~ 하고 온다. 나처럼 아이가 있거나 사정이 있으면 오전에 몰거나, 공부하는 임용고시생들은 하루에 몰아서 수업을 하고 가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12시에 퇴근하면 오자마자 혼밥을 한다. 처음엔 대충 점심을 때우기도 했는데, 나이가 차츰 먹어가다 보니 한 끼를 대충 때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온몸이 알게 되므로 한 끼를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정성스럽게 차려먹는다. 그렇게 먹고, 아침 먹은 설거지까지 몰아서 하면 집안꼴이 눈에 들어온다. 등교하면서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간 잠옷들, 비염 있는 아들이 밤새 풀어댄 코 푼 휴지, 매일 아침마다 양갈래로 머리 땋는 딸의 머리빗과 머리끈들.. 발에 밟히는 순서대로 정리를 한다. 그리고 청소기를 한 번 돌린다. 이제야 발 디딜 틈이 생긴다. 이렇게 설거지와 청소까지 마치면 나도 나를 못 믿어서 잡아둔 운동을 한다. 이렇게 청소까지 하면 등 붙이고 누워서 한 숨자거나 멍~ 때리면서 유투브를 보기도 하는데 그런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나도 내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운동 시간을 잡아뒀다. 나는 화, 목 13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스쿼시를 배우러 간다. 13시만 되면 갈까 말까 내적갈등이 생기는데 오늘은 특히 비가 와서 더 그랬다. 일부러 스쿼시장까지 자전거나 걸어서 가는데 오늘은 비가 오니 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수 백번 더 했던 거 같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 뭘 할지 나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귀찮음을 이겨내고 출발했다. 2시간 동안 스쿼시를 하다 보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같이 하는 회원님들보다 실력이 월등히 떨어져 매번 '죄송합니다, 저랑 같이 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을 외치지만 그럼에도 결석 한 번 없는 성실한 학생인 편이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성실함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음을 느낀다. 타고난 운동 DNA가 없는 나는 공을 라켓에 맞췄다는 뿌듯함보다는 땀이 난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운동을 마치고 씻으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엄마로 돌아가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도 듣고, 숙제는 없는지 엄마에게 건네지 못한 안내장은 없는지 가방을 살펴본다.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고, 엄마표 영어와 수학을 봐준다.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