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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현 Oct 22. 2023

휴식

(도전 D+9,10) 241km/ 누적 거리: 2072km

10일 차에는 생각 없이 푹 쉬었다.

태풍을 뚫고 오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서 도저히 출발할 힘이 나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히 급했지만 억지로 출발했다가는 전체 일정에도 영향을 미분명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핸드폰을 잠시 꺼두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유명한 계곡에 가서 다이빙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브리또도 먹었다.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도전을 시작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1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

그래서인지 휴식을 취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휴식을 만끽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동안 너무 잘 먹었는지 과식을 해서 체를 해버렸다.

결국 다음 날에는 아침 식사 대신 소화제 4알을 먹고 길을 나서야 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막상 자전거에 오르니 생각보다 배가 안 아프고, 어제 잘 쉰 덕에 힘도 남아서 140km를 곧장 달렸다. 역시 과식의 또 다른 이름은 카보로딩인가 보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날씨를 확인했다. 곧 39도까지 올라간다고 나왔다.

하지만 역시 휴식을 잘 취해서인지 큰 문제없이 더위를 견뎌낼 수 있었다.

결국 227km라는 엄청난 거리를 달려 캠핑장에 들어왔다.


흠뻑 젖은 짐을 말리느라 강제로 취했던 휴식이긴 하지만, 현명한 판단이었다.

만약 휴식을 취하지 않을 채로 달렸다면, 다음 며칠을 앓아누웠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미국 횡단이 강제로 하는 숙제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앞으로만 가야 된다는 강박에 주위를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목표에 제법 빠르게 도착했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풀에 지쳐 "번아웃"이라는 결과를 낳았었다.


도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가끔 하늘을 한 번쯤 바라볼 여유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는 무작정 빠르게만 달리려고 했지만, 앞으로는 주위를 둘러보며 올바른 방향을 택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따라 텍사스의 밤하늘에는 유독 별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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