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D+9,10) 241km/ 누적 거리: 2072km
10일 차에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었다.
태풍을 뚫고 달리며 몸과 마음이 지쳐서 도저히 출발할 힘이 나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히 급했지만, 무리하게 출발했다가는 오히려 전체 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핸드폰도 꺼두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유명한 계곡에 가서 다이빙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브리또도 먹었다.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도전을 시작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1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
그래서인지 쉬면서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그간의 피로를 풀겠다고 너무 잘 먹었던 탓인지 과식을 해버렸다.
결국 다음 날에는 아침 식사 대신 소화제 4알을 먹고 길을 나섰다.
걱정과는 달리 막상 자전거에 오르니 생각보다 배가 아프지 않았고, 어제 푹 쉰 덕에 힘도 넘쳐서 곧장 140km를 달렸다. 역시 과식의 '카보로딩'의 또 다른 이름인가 보다.
점심에 간단히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며 날씨를 확인했다. 곧 기온이 39도까지 오를 거라고 나왔다.
그래도 역시 휴식을 잘 취한 덕분인지 무리 없이 더위를 견뎌낼 수 있었다.
결국 227km라는 엄청난 거리를 달려 캠핑장에 도착했다.
흠뻑 젖은 짐을 말리느라 강제로 쉰 휴식이었지만,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다.
만약 무리하게 달렸다면 며칠 동안 앓아누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미국 횡단이 강제로 하는 숙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는 '앞으로만 가야 한다'는 강박에 주위를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목표에 제법 빠르게 도착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 강박이 '번아웃'이라는 결과를 낳았었다.
이번 도전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가끔 하늘을 한 번씩 바라볼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무작정 속도를 내기보다는 주위를 둘러보며 올바른 방향을 택하겠다고 다짐했다.
텍사스의 밤하늘에는 오늘 유독 별이 빼곡하게 박혀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