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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달리기를 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에필로그) 적당히 달리니 인생이 달라진다

by 철봉조사 이상은 Feb 04. 2025
이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 말씀은 아마 '이 병은 고칠 수 없다'이고, ‘다시는 달리기를 할 수 없을 거다’라는 뜻일 것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소개받은 유명한 정형외과 원장님께서 나의 증상을 들어보더니 진솔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끝이구나. 15년의 달리기 ‘런’생이여 이제는 완전히 안녕이다.

 

 올해 1월, 그러니까 2024년 1월 중순이 넘어가고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아파왔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통증이었다. 정확히는 오른쪽 종아리가 저려오면서 쥐가난 느낌과 비슷했다. 처음엔 그냥 너무 무리해서 근육이 뭉친 거지 싶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전 같이 달렸던 러너의 지인은 부상으로 한 달을 넘게 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루만 안 뛰어도 답답한데, 한 달이라니... 정확히 40일이라고 했다. 4일만 못 달려도 나는 절대 안 될 것 같은 삶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한 달이 아니라 6개월 이상을 쉬었다.

 

 좋다는 병원은 다 다녀봤다. 척추협착, 요추염좌, 단순 근육통증, 신스프린트 등 허리부터 다리 곳곳에 별의 별 여러가지 질병명들을 진단했다. 뭐, 그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병원들 모두 내 병을 고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시간만 낭비하고, 다리는 더욱 안 좋아졌다. 하루하루 화만 쌓여갔다.


 그렇게 3개월 치료를 받다 포기하고 완전히 쉬기를 또 3개월이 지났다. 9월에 마지막으로 들른 이 병원에서 원장 의사 선생님은 치료 ‘중단’을 통보하셨다. 차라리 다행이다. 이젠 그냥 내려놓고 나의 일상에 집중하면 된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에 하나인 ‘달리기’만 포기하면 된다.  


 100,000km까지 뛰고 삶을 폐차(?)하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제까지 거의 15년을 달렸다. 20대부터 30대를 지나 40대까지 나는 평생 이렇게 달리기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를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러너’였다. 거의 그동안 1만 킬로를 뛰었고, 죽는 순간에는 10만이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 그런 꿈은 없다. 무엇보다 슬픈 현실은 나라는 사람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매일 같이 달리던 삶에서, 이제는 잘 움직이지도 못하니 무기력한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달리기 중단 이후 금단 현상에 일상이 잘 살아지지가 않았다. 사실 러닝은 중독성이 크다. 달리면서 나오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강력한 긍정적인 중독물질이다. 좋은 것이긴 하지만 이 또한 강한 중독의 하나이기 때문에 억지로 끊게 되었을 때 스트레스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크다.


 답답한 마음에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본질적으로 나의 내면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이렇게 2024년 연말까지 살아오다 결국은 터져버리고 말았다. 바닥을 찍어버린 나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고... 11월에 다시 달려보았다. 여전히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점은 내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전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천천히 땀이 날 정도는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이 수준으로 '나 홀로' '적당히' '느리게' 달리니 인생이 달라졌다!


 나의 일상에 집중하고, 아이디어가 샘솟으면서 긍정적인 일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히려 잘 안 달리니 인생이 달라져 버렸다. 이 이야기는 나의 달라진 삶에 대한 것이다. 


 이 연재의 주된 내용은 달리기이다. 문단, 문장에 '달리기'라는 단어가 정말 수없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무조건 꼭 달리기 하세요"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약간의 달리기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고, 인생에 있어 달리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풀어내보고자 한다.  


 내용은 크게 3가지 부분이다. 첫째는 열정적인 러너였던 나의 경험담이다. 실제 러너들의 생각과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달리기에 대한 정보도 다룰 것이긴 하나,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정보보다는 경험에 더 집중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예전처럼 뛰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시니컬하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때는 달리기가 ‘힙‘한 러닝이 아니라 '아재'들의 운동이었다.

 둘째는 '적당히' 달리기의 효과를 적어보려고 한다. 이 장이 아무래도 핵심이 될 것이다. 달리기 자체에 대한 내용이 아닌 재테크, 친환경, 독서, 글쓰기의 측면 등 다양한 주변의 소재들을 달리기와 연결 지어서 다뤄보고자 한다. 아울러 요즘 대세인 러닝이지만 과해지다 보니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듯하다. 아울러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러닝에 대한 비판도 써보려고 한다. 내가 느낀 불편한 감정을 좀 빼내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셋째는 몸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지금 다시 달리려고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한다. 2024년에는 달리기가 너무 싫었다.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에야 달리기가 이렇게 열풍이 불고 모두 달리고 싶어 하는 이 시기에 나만 외톨이가 된 것 같았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도 몸은 낫지 않았지만, 다시 러닝화를 자주 신고 있다. 조금씩 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느꼈다. 나는 이것을 포기할 수 없구나. 왜 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주장하면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하나, 둘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예전에 빠른 기록을 위한 도전적인 성장의 달리기에서 벗어났더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그리고 느리게 달리게 되니 좀 더 선명해졌다. 달리는 것의 의미를 이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결론은,


나는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의 마라토너라는 사실이다.

이 사진은 이제 정말 그만 써야지...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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