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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Apr 02. 2024

마라톤은커녕, 달리기 시합도 못해

내가 '이겨' 내야 할 가장 큰 '이유'

"3월 17일 주말 아침 서울마라톤 대회가 있습니다. 서울 도심 교통 통제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 라디오 방송을 내가 들을 줄 몰랐다. 평소 같으면 어김없이 현장에 있을 나에겐, 올해는 출전을 안 했다. 아니 못 했다. 지금 내 몸상태는 42.195km는커녕 4.2km? 한 420m쯤 가능할 듯하다.


 사실 그동안 이렇게까지 아픈 적은 없었다. 왜 하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라톤 대회 전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그래도 내려놓았다. 언젠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노력도 하고 있었으니까. 상관없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희망과는 다른 식으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아빠 달리기 시합하자!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아이들과 갔다. 가면 어김없이 첫째 아들은 달리기 시합을 요구한다. 저수지 주변 산책로와 언덕길 모두 아이에게는 트랙 운동장이다. 나는 신나게 응해주며, 마지막 순간에 아이가 달리기를 더 좋아하고, 자존감도 높여주기 위해 살짝 져준다. 그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아빠는 시합은 안 돼... 허리가 아프거든..."


 아이는 실망한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뛰는 시늉을 해주지만 어김없이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다리를 절여온다. 참 오래도 간다. 신기한 건 뭘 해도 전혀 차도가 없다는 것이다. 뭐 사람들은 좋은 병원을 이곳저곳 가보라고 하지만, 일상생활을 못할 수준도 아니고, 육아나 업무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유난 떨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유명 병원에 예약은 해놨다. 그전까지 그냥 재활하고, 약을 먹고 할 뿐... 그리고 알고 있다. 외부 충격이 아닌 만성적인 허리는 단시간에 그렇게 좋아지지 않는다... 그게 하필 나일뿐, 지금 시점이라는 것뿐...


 마라톤은커녕, 달리기 시합도 못하다니... 모든 유산소 운동은 당연히 내려놨다. 그런데 유독 서글픈 것은 아이와 함께 마음껏 뛰어놀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뭘 아이들을 두고 그렇게 혼자 뛰어다녔는가... 마일리지를 예전에 다 끌어다 써서, 지금 이런 것 같다. 혼자 즐긴 벌이다.




 어렸을 때 나는 달리기만 하면 꼴찌였다. 특별히 몸이 무겁지도, 약하지도 않았는데 유독 못했다. 모든 아이들이 내 앞에 있고, 햇빛은 눈부시고, 주변에 시끄러운 응원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항상 나의 달리기는 종료되었다.


러면 나는 어김없이 세상 가장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다.


리고 "나는 원래 그래"라는 말을 하며 주변에 당당했다.

래 놓고는 속으로 비참했다.

 

래서 나는 다 큰 어른이 돼서 달리기에 집착했다.  

랬는데 지금은 전혀 달릴 수가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픈 다리는, 어두운 마음속에서만 달리고 있을 뿐이다.


리고 지금도 "나는 괜찮아"하는 말을 하고서,

다시 글만 쓸 뿐이다.


래도 최소한 아이와 달리기 시합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겨' 내야 할 가장 큰 '이유'를 첫째가 나에게 가르쳐 준다!


진짜 이제 너를 못 이기겠어...




단언컨대,
나는 반드시 다시 달릴 것이다!

내가 그래도 A그룹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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