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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아미 Oct 22. 2023

재활, 자 이제 시작이야!




급성기라 그런지 이전 병원과 똑같은 검사(뇌 CT, 뇌파검사, 심전도)를 입원과 동시에 또 했다. 큰 변화는 없을 테지만 작은 변화도 예민할 시기니까 안 한다고 할 수도 없다. 검사 후 다음날 첫 교수님 회진이 있었다. 이리저리 아빠의 상태를 확인하고 전공의 선생님에게 치료오더를 내려주셔서 의외로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었다.


여기는 대학병원 내 재활병원이라 재활선생님들이 파트별(운동, 로봇, 기구, 작업, 언어 등)로 엄청 많다. 다른 대학병원 내 재활의학과는 오며 가며 선생님들 얼굴을 익힐 수 있을 정도였는데 여긴 거의 불가능하다. 타이밍을 맞춰 입원을 하면 입원 기간 동안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이어지지만 좀 어긋나면 중간에 선생님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한 번 겪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바뀌는 건 대수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건강해져서 나갈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때의 아빠는 낯을 가리지 않아 적응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었다. 요즘은... 말을 아껴야겠다. 갑자기 화가 좀 차오른다.)


치료 초반에는 자잘한 검사와 평가가 섞여서 촘촘한 스케줄은 아니었다. 중간에 30분이나 한 시간씩 비어서 숨 돌릴 시간이 존재했다. 그러다 검사와 평가가 끝나자 하나씩 치료가 추가되더니 아래처럼 꽉 찼다.


입원 3주 차쯤 완전히 고정된 스케줄


처음에 스케줄을 보고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아주 큰 코를 다쳤다.


치료 시간만 저렇게 시작이지 병실 안에서의 하루는 보통 아침 5시 반이면 시작됐다. 아직 목관을 닫지 못해서 네뷸라이저 치료를 하면서 아빠를 깨웠다. 20분~30분 동안 네뷸라이저를 하고 나면 아빠를 앉혀서 콧줄로 경관식을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먹을 수 있게 했다.(빨리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고 더 안 좋으면 치료받다가 소화가 안되어서 토할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나도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목욕티슈로 아빠를 씻기고 그러다 보면 회진시간이고 회진 끝나자마자 로봇치료를 받으러 갔다.


로봇치료는 아빠를 '에리고'라는 로봇에 태워서 제자리 걷기를 강제로(?!)시키는 것이었는데 거의 치료시간의 3/4 정도는 수면상태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에서 나와 선생님이 아무리 두드려 깨워도 아빠의 눈꺼풀은 속절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치료시간이 너무 이른 관계로 우리 시간 이후까지 환자나 보호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운이 좋으면 로봇을 한 시간 넘게 탈 때도 있었다.(아! 한 시간 넘게 타면 고정벨트에 쓸려서 사타구니와 가까운 허벅지 안쪽이 까지는 영광의 상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살이 약한 사람은 톡톡하고 부드러운 수면바지를 입고 오라고 한다.)


다들 이 병원에는 로봇을 타러 온다는데 졸려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빠를 아침부터 이렇게 태우는 게 맞나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믿지 못하고 의심만 한다면 간병을 하는 내가 나태해질 것 같았다. 아직 영문도 모르고 끌려다니는 아빠에게 나의 불신과 걱정이 느껴져 치료의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또한 참을 수없다. 이건 아직도 재활을 멈추지 않은 지금 시점에도 똑같다.


그저 우린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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