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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아미 Oct 22. 2023

재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고령에 큰 수술을 받은 아빠의 재활 시간은 남들과 달리 흘렀다.


하루 몇 번씩 치료실을 오고 가며 많은 환자들을 봤지만 확실히 첫 번째 병원(신경외과 수술+재활과 전과)에서 아빠 같은 케이스는 없었다. 아빠는 오른쪽 편마비에 언어도 전혀 안되고, 인지 수준도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 재활에 속도가 붙는 게 이상한 거였다. 모든 치료가 본인의 의지는 하나도 없이 강제로 진행되고 있으니 매일 곁을 지키는 보호자조차 재활을 받으며 나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보통 재활하는 과정은 처음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가 계속하다 보면 갑자기 좋아지고 그러다 다시 제자리걸음처럼 한동안 변화가 없다가 또 재활 시간이 쌓이고 쌓여 확! 좋아지는 시기가 반복되는 계단식으로 진행된다고 치료사 선생님이 말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하다 보면 좋아지겠구나 싶어서.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첫 번째부터 빗나갔다.


목관 없이 호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재활과 의료진의 소견으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봤다. 처음에 진료를 봤을 때보다 가래 양이 줄었고, 성대 플립이 양쪽 다 원활하게 움직이는 걸 확인한 후에 목관 닫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기관튜브(분리 가능한 내관이 있는 튜브)로 교체를 하고 막는 연습을 시작했다. (목관에 마개를 닫는 건 세련된 스타일이고 목관 크기에 맞게 마개를 만들기 위해 작은 나무막대에 반창고를 감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마개를 잃어 버리면 비용이 좀 발생한다는 게 단점이고 후자의 경우 미관상 깔끔하진 않아도 잃어버릴 경우 간단히 만들 수 있어서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



사진 1 : 수술 후 제거 연습 전까지 쓰던 것 / 사진 2 : 첫 번째 제거 연습 때 교환한 것 / 사진 3 : 두 번째 연습 때 쓴 것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기관 절개술’ 연관사진)



목관을 닫는 시간을 처음 하루 10분으로 시작해 다음날은 30분 그 다음은 1시간, 4시간, 8시간, 12시간, 하루로 점차 늘려나갔다. 첫날은 막고 나서 간호사 선생님이 혈중 산소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채혈을 하셨다. 여기서 산소 수치가 낮으면 바로 원상복구인데 아빠는 통과해서 다음 과정으로 갈 수 있었다. 이후에는 막는 동안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검지에 연결해 두고 수치가 93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데 그건 보호자의 몫이었다. 밤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자주 왔다 갔다 하지 않으셔서 거의 30분에 한 번씩 깨서 수치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했다.


한나절 정도 막고 있을 때만 해도 산소포화도 수치는 95-99까지 항상 유지되었고, 심박수가 100 중 후반 정도로 보통보다 빠른 편이었다. 그러다 막는 시간이 하루 이상으로 넘어가자 산소포화도가 93으로 떨어지고 심박수가 120-130까지 올라갔다. 결국 흡인성 폐렴이 와 열이 오르는 바람에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항생제를 맞으며 염증수치 추이를 보느라 하루 이틀 정도 재활을 쉬었는데 마음이 어찌나 허무했는지 모른다. 개두술로 인해 머리에 생긴 큰 물음표 같은 상처보다 아빠 목에 달려 있는 관이 나에게 있어서는 더 마음이 아픈 일이라 평범하게 숨 쉬는 일이 보류된 게 꽤나 많이 속상했다. 병원을 옮기고 나서도 한동안 목관을 막고 재활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서 한참을 쳐다보곤 했다.


폐렴이 잡힌 후 아빠 담당 전공의 선생님은 아무래도 입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시 연습하고 제거하는 것은 힘들 것 같으니 옮기는 병원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다시 도전해 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잠정적으로 목관 제거 시기가 뒤로 밀려버린 게 기정사실화되어 버렸다. 순간 낙담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의료진과 나만 따라오는 아빠 앞에서 우울해할 수도, 속상해할 수도 없었다.


다시 전의를 가다듬고 눈앞에 해야 할 일부터 차근히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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