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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흰돌 Nov 13. 2023

배속에 아기집이 두 개 있습니다

쌍둥이 임신을 확인한 날



  인공수정을 마친 뒤 하루하루는 더디게만 흘렀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인공수정 2일 차', '인공수정 3일 차'…, '인공수정 10일 차'를 검색창에 넣어보곤 했다.


  화장실에 갔다가 혹시나 피가 비치지 않을까 확인했으며 착상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다. 그 며칠 사이 추어탕을 몇 번이나 먹었는지. 같은 추어탕을 먹으면 질릴까 싶어 남편은 각기 다른 가게의 추어탕을 포장해 오곤 했다.


  그렇게 대망의 피검사를 마치고 마침내 아기집을 보러 가는 날이 되었다.


  나는 아기집을 보러 가는 아침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임신테스트기를 했기 때문에 그날 아침도 진한 두 줄을 확인한 상태였다.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도착한 병원에서, 담당 선생님은 가벼운 어조로 말씀하셨다.


  지난번 피검사 수치가 높았어서
쌍둥이일 지도 모르겠어요.
한 번 확인해 보죠.


  정확히 말하자면, 두 번의 피검사에서 수치 상승률이 높아 쌍둥이일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쌍둥이'란 말에 난 얼떨떨한 상태로 검사실에 들어갔다.


  결과는 의사 선생님의 예상대로였다.


  여기 보이시죠? 아기집이 두 개 있어요. 임신입니다.


  두 개의 아기집은 거의 비슷한 크기로 나란히 붙어 있었다. 나는 입을 벌린 채 초음파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아기집 두 개가 나란히 붙은 초음파 사진을 석 장 손에 든 채로 병원 문 앞에 서 있었다. 남편은 내 손에 들린 사진을 가져가 느긋하게 넘겨보며 말했다.


  쌍둥이래. 내 말 맞지? 첫 애 태명은 소망이로 지었으니까 둘째 태명은 희망이로 짓자.


  남편은 인공수정을 마친 뒤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이번에는 성공이라고, 쌍둥이가 올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게 얘기하는 근거는 물론 자신이 정자 배출에 두 번이나 힘썼다는 것이었기에 그때까지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나는 새삼스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쌍둥이어도 괜찮아?
  물론 좋지.
  난 솔직히 쌍둥이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쌍둥이 보면 낳을 때 인큐베이터도 많이 들어가고 키울 때도 힘들어 보이던데.
  그래서 안 낳을 건 아니잖아.
  응. 낳아야지. 당연히 기쁘고 좋은데 조금 당황스러워서 그래.
  우리에게 온 고마운 아기들이야. 끝까지 건강하게 낳는 것에 집중하자. 오늘은 아기집 본 거 축하 기념 파티할까? 집에 가는 길에 네가 좋아하는 케이크 사 가자! 쌍둥이니까 초는 두 개로 하고!


(c)2023. delight.H(https://www.instagram.com/delight.hee/). All rights reserved.



  세상 걱정 많고 계획 세우길 좋아하는 여자와 그때그때 행복하면 되는 남자는 집에 가서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37주 2일에 달하는 쌍둥이 임신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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