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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흰돌 Nov 15. 2023

나의 입덧 수난기

입덧이란 밥 먹다가 화장실로 뛰어가는 거 아니었나요?


  어린 시절 보던 주말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장면이 있다.


  새댁 역을 맡은 젊은 여배우가 가족들이 다 모여서 식사하는 가운데 "우웩." 헛구역질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이다. 그 장면이 나오면 사람들은 "임신?"이라며 기뻐했다.


  그 뒤 새댁은 멀끔한 얼굴로 나타나고, 한밤 중에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는 둥 식욕이 왕성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게 입덧인 줄 알았다. 멀쩡하다가 한 번씩 화장실로 달려가고, 그 뒤로는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 게 입덧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입덧은 그런 '귀여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의 입덧은 임신을 확인하고 한 주가 지난 뒤, 5주 차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작되었다.


  입덧이 시작된 건 시월 첫째 주의 목요일이었다. 근처에 새로 생긴 닭갈비 집에 간 나는 닭갈비 맛이 영 이상하게 느껴졌다. 상한 것도 아니고, 양념이 이상한 것도 아닌,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맛이 닭갈비로부터 난 것이었다.


  남편, 닭갈비 정말 괜찮아?


  몇 번이고 남편에게 확인했으나 괜찮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상한 맛은 갈수록 강해져 나중에는 냄새를 맡는 것조차 고역이 되었다. 나는 가게에 앉아있을 수조차 없어져, 다 먹지 못한 닭갈비를 남겨둔 채로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끔찍한 입덧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나는 갓 지은 쌀밥을 먹지 못했고 그다음 날에는 쌀밥의 냄새조차 맡지 못했다.


  한 주가 지나자 구역질이 시작되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헛구역질이 계속되어 나중에는 위액만 줄줄이 토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입덧약을 처방받았다. 입덧약 복용 후 토는 안 하게 되었지만 임신 기간 내내 울렁거림과 맛 변형은 계속되었다.


  20주 차까지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왜인진 몰라도;) 편의점 김밥과 요구르트뿐이었다. 다른 건 냄새만 맡아도 역겨웠다. 역시나 입덧을 심하게 겪었다던 엄마는, 그래도 먹을 수 있는 걸 찾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래… 그런 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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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덧이라는 임신의 첫 번째 관문을 겪은 뒤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임신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임신 기간 몸에 일어나는 변화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다만 그 변화가 사람마다 달라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고통을 측정하기 힘들게 만드는데, 개인적 경험을 빌자면 내게 입덧은 '질병'이었다. 식도염이나 위염, 축농증 등의 기타 질병 이상으로 삶에 불쾌함과 불편함을 주는 질병 말이다.


  나는 아이를 낳고도 한 삼 년 간 시월이 되어 찬 바람이 불면 입덧 특유의,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입덧이란 게 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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