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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겔다 Mar 21. 2024

8. 아이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큰아이는 말이 없을 것이고 작은 아이는 대놓고 반대를 할 것이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 그 부분만 생각하면 한없이 가슴이 저려온다.

               

내 유년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늘 싸우던 엄마 아빠.     

난 항상 생각하고 기도했다. 두 분이 이혼하시길..  

제발 이혼해서 서로 편하게 사셨으면..

제발 우리 때문에 참는 거라고 우리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거라고 말하지 말고 그냥 이혼했으면.. 했었다. 

두 분 다 칠순이 넘은 지금도 일상이 서로에 대한 비난인 나의 엄마 아빠.

난 그게 너무 싫다.     

저렇게 싸우면서 내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바엔 그냥 이혼하고 평화롭게 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연애할 땐 헌신적이던 남편이었다.      

내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던, 정말 내가 세상의 전부인 양 사랑해 줬었다.      

그래서 난 엄마 아빠처럼은 살지 않겠구나 생각했었다.      

늘 싸우는 부부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 나는 모든 걸 수용해 줄 것 같은 남편 때문에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거라 확신했었다.      


시부모님 모습에서도 난 희망을 봤었다.

연애하면서 몇 번 인사드리러 가서 봐왔던 어머님 아버님 모습은

한없이 어머님을 챙겨주시고 집안일에 적극적이신 아버님.

아버님의 행동 하나하나에 잔소리보단 맞장구 쳐주시던 어머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원망과 불만만 가득했던 나의 부모님과는 다르게 믿음과 행복이 묻어났다. 

대화의 분위기도 내가 봐왔던 엄마 아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포근함과 안정감이 느껴졌었다. 


그런 부분들로 결혼 전 나는 우리도 시부모님처럼 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서로 사랑해 주고 존중해 주고 아껴주며 알콩달콩 사는 미래만 상상했었다. 


그렇지만 결혼하고 나니 남편은, 가족 중심의 삶보단 본인 중심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늘 잔소리하고 화를 내게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가 남편의 모든 걸 수용하고 받아들이면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생각하는 부부간의 이상이 있고, 내가 생각하는 가정의 모습이 있는데 

그 범위를 너무나도 자주 벗어나는 남편을 이해해 주는 것에 한계가 있음이 느껴진다. 

              

아마도 어릴 때 나처럼 내 아이들도 엄마 아빠 둘 사이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엄마 아빠의 표정과 말투를 살필 것이고 냉랭한 분위기가 무척이나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난 차라리 이혼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아이들한테 더 나은 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장은 엄마와 아빠가 떨어져 사는 게 이해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좀 더 평화로운 삶이 될 것 같은데 

내 판단이 옳은 것인지 확신은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제일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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