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단편소설
*
덕진은 아버지의 삶을 깊게 들여다본 적이 없다. 오늘날의 본인이 있기까지 성실하게 사셨던 아버지 희생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모른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무관심은 아니지만 덕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과거를 돌아보기에 버거웠다. 수십 년의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복사한다는 건 책을 한 권 읽는 것과 달랐다. 역사박물관을 찾아가 해설사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거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옛이야기를 듣는 건 내일을 계획하는 거보다 흥미롭지 않았다. 덕진이 고른 핑계다.
- 할아버지, 제가 새로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드릴게요. 덕진을 따라온 아들이 말했다.
벚꽃은 하루 만에 변했다. 신호등에 불이 들어왔다. 한껏 오므리고 있던 꽃봉오리는 터져서 꽃잎을 피고 있다. 한해도 빼먹지 않고 꽃을 피우는 벚나무는 덕진이 아버지 같다. 아버지는 의자에 앉아 아들이 오는 걸 반가워하면서도 왜 왔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본 아들 얼굴이라 달갑게 맞는다.
- 글을 마무리 짓는다는 건 생각을 끝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주제는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질 못한다. 곧 다가올테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