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휴먼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을 때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는 글이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글을 꾸준히 쓰지 않으면 사람들에게서 쉽게 잊혀 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꾸준히 써야 한다. 어쩌다 가끔씩 글을 올리면 이웃들이 찾지 않는 유령 블로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내가 그랬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을 훨씬 전의 일이었지만 제대로 글을 올리지 않았었다. 어쩌다 가끔씩 올리는 글만으로는 이웃들의 발길을 머물게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들리는 것은 광고쟁이들이나 지나가다 들린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조회수는 형편없었고 공감도 없었다. 그야말로 유령 블로그였던 것이다. 이런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니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슨 글을 올려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려도 역시 반응은 없었다.
과거와는 달라야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찾건 말건 꾸준히 글을 써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무조건 100일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00일 정도면 뭔가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떠오르지 않는 글감을 찾아서 머리를 쥐어짰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조회수와 공감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웃 신청을 해도 거절을 당하는 것이 더 많았고 내게 이웃을 신청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100일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대로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나를 구원해 준 것은 블로거 D였다. 그는 이미 만오천 명이 넘는 이웃을 가진 대형 블로거였다. 이런 대형 블로거가 나에게 댓글을 써주다니 처음엔 신기하기만 했다. 그의 방문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내가 100일을 목표로 도전을 한다는 글을 보고 힘을 실어 주었다.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그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의 응원에 포기하려는 마음을 접고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신기한 것은 그가 방문한 뒤로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이웃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웃 신청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D는 내게 또 다른 팁을 전수해 줬다. 그의 블로그에 있는 이웃들에게 이웃 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자신과 서로 이웃 관계인 블로거들은 생각의 결이 비슷하기에 승낙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후로 나도 이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웃이 늘어날수록 내 블로그 글도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조회수가 100을 넘기고 공감도 100을 넘기기 시작했다. 댓글도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알 수 있었다. 초기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말이다.
D가 강조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잠시 반짝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내가 100일을 채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말도 해줬다. D와 같은 대형블로거가 응원을 해주니 절로 신이 나고 힘이 생겼다. 그의 응원덕에 100일을 넘기고 이제는 500일을 넘겼다. 그 사이에 많은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모두가 글을 꾸준히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꾸준함은 재능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후천적으로 발굴해서 키울 수 있는 재능이다.
이제는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꾸준함은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앞으로도 글쓰기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D도 함께할 것이다. 그는 내 블로그 스승이자 멘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