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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그래도 휴먼

by 검마사 Mar 25. 2025

도플갱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세상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나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외모나 성격 모두 나름 유니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글쓰기를 하게 되면서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된 G는 나와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비슷했다. 성별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나이 차이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비슷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예 이야기냐고? 아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게 만나 버렸다. G에게는 이미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만났다고 해도 잘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을 것이다. 친구로서 만났기에 비슷한 점이 좋은 것이지 만약에 소개팅으로 만났다면 티격태격 댔을지도 모른다. 비슷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G는 문학소녀다. 영화, 드라마, 소설을 좋아하고 직접 소설을 쓰고 있기도 하다. 나도 한때 문학소년이었다. 책에 거의 파묻히다시피 살던 시절도 있었다. 소설을 써본다고 깔짝대던 시절도 있었다. 비록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소설가를 꿈꾸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G를 알게 되면서 약간의 정신적 충격을 받았었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직장, 가족, 육아의 모든 것을 챙기느라 바쁜 와중에서도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설 쓰기가 막힌다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소설 쓰기를 멈추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과거의 경험이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때 소설가가 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료수집에 열중한 적도 있었다. 한 페이지만 더 쓰고 잔다는 것이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 당시의 기억이 없을 뿐이다.


G는 내게 큰 선물을 주기도 했다. 작년에 작가님들의 모임을 전주에서 갖기로 했을 때 G는 우리를 위해 단체티를 만들어 주었다. 문구와 디자인도 G가 친히 해주었다. 단체티와 함께 했던 그 모임은 대박이 났다. 지금도 톡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할 정도가 되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은 친절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나도 G가 하는 일을 성심성의껏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렇게 만난 사람이 센스가 좋아서 나를 챙겨준다면 더더욱 행복한 일이다. 마치 도플갱어와 같이 성격이 비슷한 G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만날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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