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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를 잡히다

그래도 휴먼

by 검마사 Mar 14. 2025

"검마사님, 강의 한 번 해보실래요?"


뜻밖의 제안에 동공이 흔들렸다. 

부담이 되면 안 해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 내가 절대 거절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는 말투였다.

여기서 강의라는 것은 10분의 짧은 온라인 줌 강의를 말하는 것이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여기저기 온라인 강의를 기웃거리던 나는 A가 진행하는 강의에 신청을 한 상태였다.

강의를 시작하기 3시간 전에 A가 갑자기 내게 제안을 해온 것이다.

강의 중간에 내가 10분 정도 게릴라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다.


블로거 A는 머리채를 잡기로 유명했다.

여기서 머리채란 동기부여를 말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앞두고 망설이는 사람이던 사람도 A의 한 마디에 용기를 얻고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내가 그녀의 안테나에 포착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을 하려고 했다.

아무리 짧은 강의라도 아무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생각도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한편으로는 왜 못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유료 강의도 아니었고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이는 이웃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실수를 한다고 해서 비웃거나 비난할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온라인 줌 강의 데뷔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 차려진 것이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강의를 하지 않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상 언젠가는 나도 남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만 했다. 

경험을 쌓는 셈 치고 눈딱 감고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부랴부랴 자료를 준비했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마침내 강의 시간이 되었고 내 차례가 왔다.

10분이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강의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후기는 찬사 일색이었다.

역시 좋은 이웃들이다. 실수는 눈감아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줬으니 말이다.

여기서 생긴 자신감은 훗날 단독 강의로 이어지게 된다.

A가 그날 머리채를 잡아 주지 않았다면 강의 데뷔는 좀 더 늦춰졌을지 모른다.

자꾸 미루다 보면 자신감만 떨어졌을 것이다.

망설이다 보면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었다.


A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첫 전자책의 제목을 정할 때도 도움을 받았다.

책을 쓰다가 막힌 부분이 있었을 때도 날카로운 조언으로 선택을 쉽게 만들어 주었다.

A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머리채를 잡으면 얼마든지 끌려갈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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