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휴먼
G와 K는 부부 블로거다. 먼저 알게 된 것은 G였다. 북콘서트의 뒤풀이 자리에서 나와 한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성격인 G와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G는 자신의 부인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싱글인 나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작인 소개팅 필패의 역사에서 보듯이 나의 연애담은 실패의 역사였다. 세상에는 왜 이리 특이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만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성을 만나기가 어려웠기에 이제는 거의 포기하던 상황이었다. 결혼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던 상황이었다.
그런 나에게 G의 무용담은 꽤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K를 만나고 나니 G의 자랑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G와 K는 그만큼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매우 많다. 일단 선한 사람들이다. 보통 한쪽이 선하면 한쪽은 조금 모진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둘 다 선함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전자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블로그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글을 올리기도 한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자의 취미를 인정하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 너무도 부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작가들과 어울리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멀리 서울에서 열리는 북콘서트나 북토크에 적극적으로 참석할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블로그 이웃들을 초대하는 것을 즐겼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주말에는 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들은 쉬기보다는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겼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모임에 나오려면 평소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웬만한 노력과 정성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나오다 마는 경우가 평소 집안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가능한 두 사람이 모두 나오거나 너무 바쁘면 한 사람이라도 모임에 참석해서 인연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이상에 가까운 부부생활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들도 우리에게 보여주기 힘든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갈등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임을 알게 해 준다. 부부 사이는 보통 1+1 = 2 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한다. 그들은 1+1 = 4가 되는 커플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밝은 모습으로 모임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게도 짝이 생겨서 2대 2로 만나는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