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휴먼
어느 날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검마사님은 젋은데도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내 나이 50에 받아본 댓글이다. 50인데 젊다고? 내 나이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흠흠... 죄송하다) 50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다. 웬만한 모임에서는 연장자의 자리는 내 몫이기도 했다. 설마 내 나이를 착각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댓글을 쓴 블로거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이웃의 프로필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댓글을 쓴 주인공은 나이가 70이 된 어르신이었기 때문이다. 50이 젊게 보일만 했다.
나이 70에 블로그를 하고 글을 쓰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 세계에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인 분들이 많다. 블로그에서 소통을 하다 보면 상대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게 된다. 보통 나이 60이면 은퇴를 하고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필자 역시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했을 것이다. 현재의 일을 평생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다행히도 글쓰기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은퇴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나이 60이면 환갑잔치를 벌였었다. 요즘은 60에 잔치를 벌이면 유별나다고 혀를 찰 것이다. 의학 기술의 발달덕에 평균수명이 늘어난 탓이다. 괜히 100세 인생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나이 80이 되어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블로그 이웃 중에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이웃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J도 그중에 한 명이다. 그녀의 나이를 처음 알았을 때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60대 후반이었기 때문이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전자책을 쓰고 종이책을 출간하고 유튜브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남을 돕는 모임도 주관하고 있다. 괜히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존경스러운 어른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 앞에서는 나도 청년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검마사님 책이 나오면 추천사를 써줄게요."
내가 종이책을 막 쓰기 시작한 시기에 나온 말이다. 내가 어떤 책을 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를 믿고 추천사를 써준다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늘 이런 식이다.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잘되는 것을 자신의 일처럼 좋아한다.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북콘서트장에서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말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았다.
나이 탓을 하며 남은 생을 대충 흘려버리려는 사람들에게 J를 비롯한 블로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과거를 후회하고 남을 탓하고 미래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밝은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삶을 충실히 해야 밝은 미래가 올 것이다. 누구 탓만 해서는 결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까? 인생 선배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과거에 알고 지냈던 어른 들은 현재의 삶에 메몰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서는 더 이상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구덩이를 파고 들어갈 날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 그저 하루를 심심하지 않게 보내는 것이 그들의 인생의 목적이었다. 반면에 글쓰기로 알게 된 어른들은 달랐다. 비록 젊을 때의 체력은 아니지만 현재의 체력을 관리해 가며 모임을 나가고 사람들과 어울린다. 젊은이들과도 격이 없이 대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수용한다. 그들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나이 탓을 할 시간에 블로그로 가서 이웃들의 글을 읽어라. 인생 선배들의 글을 읽고 느낀 것을 댓글로 적어라. 내가 처한 어려움을 그들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지혜를 나눠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의 세계에는 여러분의 구원자가 있다. 나 역시 글을 통해 구원을 받았다. 인생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글을 쓰고 많이 읽어라. 그곳에 답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