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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뭐가 중한데?

그래도 휴먼

by 검마사

작가 J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다른 작가의 북콘서트 뒤풀이 때였다. 그는 가슴에 스티로폼 박스를 안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산에서 직접 재배한 장뇌삼이라고 했다. 그는 전직 소방서장 출신으로 춘천에 작은 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언제 한 번 춘천으로 놀러 오라는 말을 끝으로 그와의 이별을 고했다.


춘천에 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 뒤의 일이었다. J의 환대 속에 산에도 가보고 직접 지은 집에도 방문했다. 정년까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부지런히 다음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작가로서 강연자로서의 길이다. 이미 한 권의 종이책을 낸 그였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두 번째 종이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십 년을 직장에서는 사람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으로서, 집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충실한 삶을 살아왔던 그였다. 보통은 정년을 맞이한다면 그동안 고생한 보상으로 여행을 가거나 푹 쉴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쉴 생각이 없었다. 밭을 가꾸는 일부터 시작해서 집안 곳곳 그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과연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부지런히 살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쉴 생각부터 했던 나였다. 안정된 직장을 마치고 은퇴 후를 대비해서 생활 자금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생각이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고 남을 위하는 일을 했던 J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매일 인증을 해야만 하는 100일 챌린지에서는 매일 저녁에 운동 사진을 올린다.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운동을 하는 그이기에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종이책과 함께 그는 다시 한번 힘차게 날아오를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깨우침을 후배들에게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꿈은 자신의 보금자리에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모두 지킨 그였기에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곧 두 번째 책이 나올 것이다. 다시 한번 춘천에 가야겠다. 책 출간을 축하하고 그동안 어떤 배움을 얻었는지 경청해야겠다. 그와 함께 할 시간이 기대된다. 인생 선배인 그를 따라 나도 부지런히 작가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의 멋진 인생 2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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