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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그래도 휴먼

by 검마사

작가 M은 40대에 은퇴를 선언한 대단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의 불행했던 과거를 이겨내고 사업 실패로 인한 좌절도 이겨냄과 동시에 인생 2막을 멋지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녀를 바꾼 것은 책이었다. 사업이 잘 안 되어 절망의 늪에 빠져들고 있을 때 그녀의 피난처는 서점이었다.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갖게 되었다. 종이책을 5권을 쓴 작가이자 책 쓰기 강의, 라이프리모델링 코칭, 교육독립&경제 독립 코칭, 경제 인문학 독토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유와 읽고 쓰는 삶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인생 2막은 그야말로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줄만 알았다.


그런 그녀가 최근에는 과거의 타이트한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기를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이 한동안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개인의 삶을 잠시 포기한 것이다. 최근에 잠시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매니저의 인생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며 허허 웃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불행하거나 고통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이의 일정을 챙기고 로드 매니저의 일을 하면서도 그녀는 조금도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운동선수의 길은 힘든 길이다. 운동만 잘하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학교 성적도 어느 정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생활은 쉽지 않다. 아니 고행의 길이나 다름없다. 실내 체육관이 많지 않은 탓에 겨울에는 꽁꽁 얼은 눈을 깨어가며 코트를 정비해야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방수포를 손수 깔아야만 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남은 여생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그녀가 스스로 고행의 길에 걸어 들어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이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아이가 남들이 하는 것이 부러워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면 그녀는 다른 대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뜻은 확고했다. 열정이 넘치고 있었다. 오히려 듣는 내가 부러울 정도였다. 저 나이 때 나는 미래에 대한 꿈이나 비전이 제대로 성립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공부를 따라 했고 시험을 봐도 적당히 중간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었다. 그런 나에 비하면 M의 아이는 너무도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에는 변수가 많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만한 열정과 노력을 불태우고 있다면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다. 미래에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현재의 경험은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도 아이 도시락을 싸고 운전을 해서 연습장에 데려다줘야 한다며 웃는 M의 모습이 누구보다도 멋져 보였다. 그녀는 아이가 성공한 뒤의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의 노력과 열정을 지지해 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힘든 매니저의 삶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와 아이의 성공을 응원한다. 아니, 이미 인생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의 노력은 결코 그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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