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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쿨섹의 가르침

그래도 휴먼

by 검마사

펀쿨섹이라는 말이 있다. 펀쿨섹이란 편하게 주고 쿨하게 돌아서서 섹시하게 잊으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블로거 E는 펀쿨섹을 직접 실천으로 옮긴 인물이다. 그는 나눔에 인색하지 않았다. 블로그 이웃 작가들의 책이 나오면 조용히 나눔과 베풂을 했으며 고민이 있을 경우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상담도 해줬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북콘서트에서였다. 조금 일찍 북콘 장소에 도착한 덕분에 역시 일찍 와 있던 그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검마사님은 두 달 뒤에 부산에 오게 될 거예요."


난데없이 부산행이라니? 긴가민가 했었다. 하지만 두 달 뒤에 그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당시에 전자책을 쓰고 잠시 슬럼프가 왔던 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KTX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부산이었다. 지금이야 전국 여기저기에 알게 된 작가들이 많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친한 작가들이라고는 서울에 있는 몇 명뿐이었다. 머리를 식히기에는 서울은 너무 답답한 곳이었다. 답답하던 차에 두 달 전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부산에 가자!'


즉흥적으로 실행한 부산행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E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반갑게 맞아 주었다. 2박 3일간의 부산 여행은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해 줬다. 부산에서 만난 블로그 이웃들과의 친분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끈끈하게 유지되고 있다. 부산행으로 자신을 얻은 나는 광주, 춘천, 전주, 대전등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방행으로 얻은 인연은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당시 부산에서 E가 해줬던 말은 여전히 내 삶의 모토가 되고 있다. 특히 베푸는 것에 있어서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것은 큰 깨우침을 안겨 주었다. 이후로 베푸는 삶을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삶은 나만 잘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었다. 이는 직장과 사회에서 몸으로 익혀진 것들이었다. E와의 만남 이후로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게 되면서 주변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남을 돕는 것은 나를 돕는 것이다. 펀하게 주고 쿨하게 돌아서면 결국엔 더 큰 보상이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을 할 일도 없을 테니까. 쿨하게 돌아서면 최소한 멋짐은 확보하지 않는가?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다는 것은 힘이 되는 일이다. 머리가 답답할 때면 노트북을 들고 마음이 내키는 곳으로 가곤 한다. 어디든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들이 서울에 방문하는 일이 있다면 나 역시 가능한 일정을 조절해서 맞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이다. E의 말처럼 펀쿨섹을 실행으로 옮기게 되자 좋은 인연들이 주변에 한가득 생기게 되었다. 과거에 있었던 물어뜯는 사이들과는 하늘과 땅차이의 관계이다. 앞으로도 이들과의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섹시하게 잊어버리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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