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휴먼
바깥일은 남자가 하고 집안일은 여자가 하고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생각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자가 바깥일, 여자가 집안일이라는 생각은 뿌리 깊게 이 사회에 박혀 있다. 블로거이자 작가인 K는 이와 같은 내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린 인물이다.
K는 여자의 몸으로 힘든 회사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고 있다. 그것도 외벌이다. 집안일은 그의 남편 차지다. 그녀의 남편은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사실은 그녀가 쓴 책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그전까지는 맞벌이 부부인 줄만 알았었다. 맞벌이는 요즘 세상에는 그래도 흔한 편이었으니까.
여자가 일을 하고 남자가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해 크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단지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단지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다. 외벌이로서의 힘든 부분은 그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아니, 남성이 주부일을 하는 것에 불리한 점은 한 가지가 있었다. 나라에서 마련한 정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남자가 전업주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나라의 제도가 여성이 전업주부를 하는 것에 대비해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그녀가 쓴 책을 보고 알게 된 부분이다.
여러 가지 불리한 부분을 이겨내고 그녀는 씩씩하게 출근과 육아를 겸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에 거의 개인시간이 없다시피 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쓰고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절로 엄지 척을 하게 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그녀 앞에서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전업 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에 배려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 부분은 외벌이를 하고 있는 이 땅의 남편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전업주부라고 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육아와 집안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따로 풀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다. 직장을 다니고 외부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 중에서도 조금 숨 쉴 타이밍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집안일만 하다 보면 그런 여유를 마련하기가 힘들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배려가 참 아름다워 보였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자리 나 역할은 없다. 서로가 사랑한다면 서로를 아낀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도 그녀는 든든한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라 생각한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숨 쉴 여유를 찾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