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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Oct 16. 2024

농촌 살아보기에서 배운 것 들

시행착오 줄이기

오래전부터 귀촌해서 자연에서 사는 게 로망이었다. 와이프의 병원 진료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직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지만 그날을 위해 늘 관심을 가지고 준비도 하고 관련 정보 등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귀농 귀촌을 해서 살다가 시골생활이 맞지 않거나, 이웃과 좋지 않은 관계로 실패하였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시골로 가서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귀농 귀촌과 관련된 각종 온라인 카페,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에 직접 살아보며 듣고, 보고, 느끼며 얻은 지식이 좀 더 믿음이 가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차에 두 달 동안 농촌 살이를 하면서, 각종 체험은 물론 귀농 귀촌 선배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듣는 기회를 가진 것은 앞으로 귀촌을 하며 겪게 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두 달간 배운 것들 중 3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 알려진 내용이지만 혹 필요한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첫째는 마음, 둘째는 집과 땅 구매, 셋째는 농사에 대한 것이다.




첫째, 마음과 관련해, 농촌살이는 새로운 마인드 셋이 필요하다.


때때로 “다 때려치우고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머물며 보니 농촌은 그렇게 녹녹한 곳이 아니며 도시에서의 어려움과 부적응 등을 벗어나기 위한 피난처가 아니다.


농촌에 살기 위해서 몸은 물론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도시보다 몸으로 하는 일이 많기에 신체가 건강해야 하고, 새로운 환경 아래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나도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을 가져도 살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도시와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 혹 사람이 싫어서 도시를 떠나왔어도 마을 구성원의 하나로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


마을공동체뿐 아니라 농업 관련 각종 교육 모임, 성당, 교회 등 종교 모임, 축구, 테니스 등 취미 모임 등에서 활동을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내가 필요할 때 각종 정보도 얻고, 잡다한 일, 농사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시에서 보다 시골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기에 인맥의 중요성이 더 크다. 자연인처럼 혼자 살 것이 아니라면 어울려 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만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농촌에서의 삶도 순조롭다.




둘째, 집이나 땅을 사는 것은 살아보며 천천히 결정해야 한다.


시골행을 택하며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집 문제이다. 직접 집을 짓거나 기존 농가주택을 수리해서 사는 방법 등이 있는데 귀농 귀촌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어느 경우도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먼저 풍광이 좋다고 무조건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땅을 사고 마을 주민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고 집을 짓다가 많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여러 사례들을 들었다.


또 기존의 농가주택을 구매하려 하는 경우, 어디를 가도 빈집들이 많은데 실제 집을 사려고 하면 괜찮은 위치나 상태의 집들은 외지인들에게 팔려고 내놓지 않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에 드는 마을을 찾아보고 발견하게 되면 우선 빈집을 임차해서 살아보거나, 여의치 않으면 1~2년 시내에 거주하며 자주 그 마을 공동작업이나 행사에 참석해서 눈도장을 찍어놓으라 한다.


마을의 좋은 터나 집은 부동산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다. 자주 얼굴을 보이며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면 좋은 집 등이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한다.


농사를 지을 땅도 마찬가지이다. 자리가 좋아 보여도 토질 등이 원하는 작물농사에 안 맞는 경우가 많으니, 살아보거나 자주 왕래를 하며 마을의 사정을 알게 되면 농사짓기 좋은 땅과 매매 여부를 알 수 있다 한다.


거주할 집과 땅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어렵기에 서두르면 안 된다.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좋은 이웃이 있는 마을에 터를 잡고, 농사짓기 좋은 땅을 사기 위해서는 그만큼 발품을 팔고 공을 들여야 한다.




셋째, 농사를 업으로 삼기 어려우니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다.


시골로 내려오려는 사람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는 말이 역설적이기는 하나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실제 만나본 귀농 귀촌 선배들 중 농사를 지어서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적인 농사의 경우,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설투자, 농기계 등을 구입하여야 하는데, 그럼에도 농업 노하우, 판매처까지 가진 기존 대농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어렵다.


또한 귀농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친환경 농사를 시도했던 경우에도 실패가 많았다. 유기농 또는 무농약으로 재배하다가 수확량이 적어 농재료비조차도 건지지 못하고 손을 드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그 밖에도 농사 경험이 없어서, 작물 선택을 잘 못해서, 품종을 잘 못 선택해서, 토지를 잘 못 임차하거나 구매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농사에 실패를 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럼에도 농사를 짓고 싶다면 우선 품삯 일 등을 하며 2~3년 정도 농사를 몸에 익히며 여러 가지 작물에 대한 경험을 쌓고 본인과 잘 맞는 것을 찾아 작게 시작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한다.


그 경우에도 처음 일정 기간 일손 돕기를 하라 했다. 주인 입장에서 품삯을 주는 사람들에게는 일을 시키려 하지 농사 노하우 등을 가르쳐 주지 않지만 일손 돕기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걸 알려 주기 때문이다.


또한 농촌에 산다고 모두 농사 관련 일만으로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서 경제활동을 하고 텃밭 등을 가꾸며 시골생활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라 조언한다.


자신이 가진 기술, 특기 등을 활용해 시내에 직장을 구하거나, 농사철에 각종 품삯 일을 하고, 노인 돌봄, 방과 후 교실, 문화해설사 등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도 살 수 있다 한다.


도시보다 농촌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 풍족함을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농사를 배우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농촌이라는 새로운 토양에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방법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며 경험이 쌓여 실수가 점차 줄지만, 귀농 귀촌처럼 새로운 환경 하에 놓이면 불확실성 때문에 또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


한편, 젊었을 때 하게 되는 시행착오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일정기간 회복을 한 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하게 되는 귀농귀촌의 시행착오는 다시 만회할 시간도 기회도 적다.


따라서, 귀농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꼭 농촌 살아보기를 권한다. 실제 살아보고 내게 맞지 않으면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귀농귀촌인들을 만나게 해 주고, 각종 체험을 시켜주며, 숙소도 제공하고, 거기에 약간의 연수비도 지급해 주는 농촌 살아보기는 제도적으로 힘이 돼 주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시골살이를 위한 디딤돌이다. 


농촌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관련 지식과 경험이 없는 분들은 가능하다면 농촌 살아보기라는 디딤돌을 디디고 불확실성을 줄인 후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하기 바란다.




<연재를 마치며>


‘승곡 마을 두 달 살이’ 글을 쓰기 시작하며 농촌 살아보기라는 큰 주제에 맞게 내가 얻게 된 정보나 팁들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마지막 회차가 되어서야 관련 주제로 글을 쓰니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두 달 살이를 하는 동안 농촌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승곡 마을의 대표님, 사무국장님, 사무장님들, 아녜스, 요한과 수산나, 쌍둥이네, J 누나 부부 등 함께 이웃하고 살고 싶은 분들을 만난 게 행운이었고, 머무는 동안 따스한 정을 나누어 주어 감사드린다.


아울러, 짧은 기간의 개인적 경험이지만 훗날 잊지 않고 추억으로 꺼내보려 써 내려간 부족한 글을 관심 있게 읽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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