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투자에 몰두했다.
코로나가 덮치기 전, 병이 찾아오기 전이었다.
정확히는 ‘돈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세상은 너무 빨랐다.
물가는 오르고, 아파트는 하루가 다르게 뛰었다.
아이들은 자라났고, 노후는 성큼 다가왔다.
맞벌이로 쥐어짜 낸 월급을 저축만 하며 살 수는 없었다.
나는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경매 법정에 가 보기도 했다.
밤마다 숫자에 파묻혀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때의 나는 불타 있었다.
퇴근 후엔 매물을 보고, 주말이면 중개업소를 돌았다.
남편과 뒷산을 걸으며 속삭였다.
“이 집은 곧 오를 거야.”
“저 지역은 지금 사야 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믿었다.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몸’보다 ‘미래’를, ‘건강’보다 ‘계획’을 믿었다.
그날도 마른걸레를 손에 들고, 낡은 빌라의 벽면을 쓸고 있었다.
누렇게 핀 곰팡이 자국은 페인트로도 가려지지 않았고,
도배를 다시 해도 그 집은 여전히 누군가의 눈물을 머금은 듯 퀴퀴한 냄새를 품고 있었다.
계약까지 마친 그 빌라.
분명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동네였고, 가격도 적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계속 걸렸다.
밤잠을 설쳤고, 결국 새벽녘에 다시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마치 나를 시험하듯,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결정적인 하자들과 마주했다.
‘이 집은 아니야.’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공인중개사는 괜히 미안했는지 “페인트 한 번 칠해보세요, 금방 나아져요.”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가, 어쩌면 인생의 골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걸 막아준 셈이었다.
그 뒤로 우리는 남의 말만 믿지 않았다.
발로 뛰며,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공부했다.
그리고 결국, 두 채의 재건축이 될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세상은 멈췄고, 내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