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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꿈의 집

by 루비하루

처음 신혼은 노량진 산동네 지하방이었다.

창문 밖으론 자동차 타이어와 벽돌뿐.

그래도 산꼭대기라 한강의 불꽃축제가 보였다.

그런 곳에서 나는 임신을 했고,

산동네를 오르며 허기로 햄버거를 입에 문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였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우리는 마침내 ‘일원동 공무원 아파트’에 입성했다.

비록 오래된 17평 임대 아파트였지만, 우리 가족에게 궁전 같은 집이었다.


내가 임용된 뒤, 드디어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24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전세도 월세도 아닌, 진짜 ‘우리 집’.

남편의 대출과 피 같은 월급으로 얻은 집이었다.

잔금 치르고 문을 열던 날,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우리··· 이제 좀 제대로 사는 것 같아.”




2009년

아이들이 커가며 공간이 모자라 우리는 또다시 평수를 넓힌 아파트로 이사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올라왔다.

‘나는 가진 건 없었지만, 한 번도 멈춘 적도, 포기한 적도 없다.’

주변 사람들은 축하해 주었고, 나 역시 잠시 믿었다.

‘이제 좀 나아졌구나. 이제는 괜찮겠지.’

하지만 곧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가슴 깊숙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집값은 곤두박질쳤고, 이자는 치솟았으며, 생활비는 턱없이 모자랐다.

밤이 되면 두 아이를 양옆에 끼고 누웠다.

작은 숨소리가 귓가에 닿을 때, 나는 참았던 눈물을 소리 없이 흘렸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외로움.

‘이건 내 집이 아니구나. 은행 집이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겉모습만으로는 삶이 구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속이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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