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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조용한 사람

by 루비하루

그녀는 칼출근, 칼퇴근한다.

사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는다.

누가 먼저 인사를 해도 고개만 살짝 숙일뿐이다.


점심시간이면 사라진다.

업무시간 내내 자리에 앉아 일만 한다.


공상이 인정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겉보기엔 아파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단정히 정리되어 있었고, 화장도 옅게나마 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이젠 괜찮은가 보네.”

다른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도 공상 인정받았잖아. 운 좋지.”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모든 말을 이미 들어본 사람처럼,

아니면 굳이 반응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지난 인사 때, 그녀는 본청으로 발령이 났다가 한 달 만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과장이 그녀를 볼 때마다 표정을 굳히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복귀 첫날, 책상 위 먼지를 손끝으로 쓸어내리며

잠시 멈춰 섰다.

모니터 옆에 놓인 머그컵, 회색 카디건, 메모지의 낡은 글씨

모두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자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밖에서는 퇴근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사무실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고르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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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