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수능을 본다.
수능 전날, 그녀는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퇴근했다.
내일 도시락 반찬을 미리 준비해 두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저녁 여섯 시가 조금 넘어 팀장의 문자가 왔다.
과장에게 행감 자료 지적받은 내용이 있다며
자기는 답변을 못 했으니
내일 출근해서 설명하라고 했다.
수능 당일 아침.
도시락을 싸서 내보내고
잠깐 눈을 붙였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억지로, 정말 억지로 출근했다.
옆 자리 후배가
과장이 요구한 내용이 이거라며 설명해 주었다.
증빙자료도 함께 찾아주었다.
고맙다고, 조용히 말했다.
자료를 들고 과장에게 갔다.
과장은,
이전에 본 적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들 수능 잘 보냈어?”
갑자기 친한 척을 했다.
그녀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자료를 설명했다.
오후, 또 호출.
자료 지적.
또 잘못한 줄 알았다.
무기력과 주눅이 먼저 밀려왔다.
“아… 제가 잘못 작성한 것 같아요.”
그냥 사과부터 나왔다.
자리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다행히 그녀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과장은 늘 그런 식이다.
윽박지르고 군림한다.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묻는 태도가 아니라
철저히 갑과 을,
고용주와 노동자의 자세로 선다.
그녀는 과장 앞에서
늘 작은 목소리,
작은 몸짓,
작은 존재가 된다.
수능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하루였는데
그녀는 또 그렇게
작아진 채 하루를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