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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터널

by 루비하루

그녀는 11월이 두렵다.
두 해 전, 죽을 만큼 힘든 시간들이
아직 몸속에 남아 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공상 소송은 패소가 확실했고,
세입자는 민사소송을 걸어왔고,
보증공사는 경매로 압박했다.
또 다른 집은 보증보험이 거절되면서 과태료 340만 원,
업무 실수로 손실 100만 원까지 떠안았다.

그 모든 것이 쌓여
그녀는 퇴직을 위한 휴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해 11월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다.

지금은 다 해결됐다.
소송도, 돈 문제도, 위기들도
하나씩 정리됐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난다.
상사라는 이름의 압박.
그 작은 말투 하나가
그녀를 흔들었다.

하지만 안다.
이번 11월만 버티면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숨을 고르고, 천천히 한 걸음씩.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는 끝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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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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